반도체 ‘2나노 전쟁’… 삼성-TSMC 생존게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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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경쟁 격화]
삼성 “2025년 모바일용부터 양산”… 구체적 생산 로드맵 처음으로 밝혀
대만 TSMC도 2025년 양산 목표
美인텔-日라피더스도 뛰어들어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2나노 전쟁’이 본격화됐다.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에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해 한국 대만 미국 일본 등 반도체 강국이 모두 뛰어든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7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구체화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고객사와 파트너사 등 700여 명이 모인 현장에서 “2025년 모바일용 2나노 공정을 양산하고,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용을, 2027년에는 차량용 공정 양산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최첨단 2나노 공정은 3나노 대비 성능은 12%, 전력효율은 25% 향상되며 면적은 5%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파운드리 공정에서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는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뜻한다. 선폭이 좁을수록 같은 크기의 웨이퍼에서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데다 반도체 칩 성능을 높일 수 있어 파운드리 기업들은 치열하게 초미세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3나노 양산에 성공한 가운데 2나노가 다음 격전지로 떠오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의 구체적인 제품별 생산 로드맵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는 단순히 양산 목표만 밝힌 게 아니라, 이미 부문별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경쟁사와 시장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 포럼에서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밝힌 바 있다. TSMC도 2025년 2나노 공정 양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 후발 주자인 미국 인텔은 2024년 상반기에 2나노급인 20A(옹스트롬), 하반기에 1.8나노급 18A 공정 양산 계획을 제시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하반기 도요타와 소니, NTT, 소프트뱅크 등 8개사 합작으로 출범한 일본 라피더스도 미국 IBM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2025년 2나노 시제품 생산, 2027년 2나노 양산을 선언했다.

파운드리 전쟁에서 삼성전자는 2나노 초미세공정을 통해 AI 등 고성능·고부가 반도체 시장을 가져오겠다는 포부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많은 고객사가 자체 제품과 서비스에 최적화된 AI 전용 반도체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가장 최적화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계속 혁신해 나가며 기술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 “2나노는 우리가 TSMC 앞설것”… 2027년엔 1.4나노 양산


2나노 주요 고객사 이미 확보 시사
혁신기술로 TSMC와 차별화 나서
TSMC도 美-日-유럽에 신규공장
5나노이하 첨단시장 年35% 성장
27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초미세공정 로드맵을 밝히는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초미세공정 로드맵을 밝히는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제품군별 2나노 양산 계획을 구체화한 것은 이미 주요 고객사가 확보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법 기반의 초미세공정으로 대만 TSMC 등과 차별화하고 있다.

● 삼성, GAA 공법 내세워 TSMC 넘는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장(사장)은 최근 “GAA에 대한 고객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고객사명을 언급할 수 없지만 알 만한 거의 모든 기업이 같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올 상반기(1∼6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을 잇달아 만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했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쟁에서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는 올 1분기(1∼3월) 점유율이 12%대에 그치고 있다. 세계 2위이긴 하지만 점유율이 60%가 넘는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혁신 기술인 GAA를 새로운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GAA는 기존의 ‘핀펫’ 다음으로 등장한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로, 핀펫 공법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 등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3나노 양산 당시 GAA 공법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작년 하반기(7∼12월) 3나노 양산에 들어간 TSMC는 기존의 핀펫 공법을 적용하면서 안정적인 수율 확보를 택했다.

이에 3나노 초반 수율 경쟁과 고객사 확보전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에 밀렸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2나노의 경우 TSMC가 GAA 공법을 처음 쓸 경우, 양산 경험이 쌓인 삼성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 사장은 지난달 KAIST 강연에서 “현재 삼성전자의 4나노 기술력은 TSMC보다 2년, 3나노는 1년 정도 뒤처져 있다”면서 “다만 TSMC가 2나노에 들어오면 달라질 것이다. 5년 안에 TSMC를 앞설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 천문학적 설비 투자 경쟁도 치열

설비 투자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약 22조2000억 원)를 투자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과 경기 평택시 파운드리 신규 라인을 ‘셸 퍼스트’ 속도전으로 짓고 있다. 생산라인이 들어설 클린룸부터 선제적으로 지어 공간을 확보해 놓은 뒤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설비를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2027년 삼성전자가 보유한 전체 클린룸의 규모는 2021년 대비 7.3배로 확대될 예정이다. 올해 3월 용인시에 20년간 300조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27일 정부와 함께 클러스터 공사 기간을 7년에서 5년으로 2년 단축하기로 했다.

TSMC도 첨단 파운드리 신규 공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 4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짓는 한편 일본 구마모토에도 86억 달러 규모 신규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이 외 구마모토2공장, 독일 드레스덴 공장 등도 검토 중이다.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인텔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지역에 조 단위 신규 공장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2나노 공정’ 시대를 앞두고 국가 간, 기업 간 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은 파운드리, 그중에서도 5나노 이하 첨단공정이 고성장이 약속된 미래 핵심 시장이기 때문이다. 28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연평균 9.1% 성장할 때 파운드리 시장은 12.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5나노 이하 첨단공정 매출은 연평균 34.8%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2026년 기준 전체 파운드리 시장은 1879억 달러(약 245조7000억 원), 5나노 이하 시장은 64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반도체#2나노 전쟁#삼성-tsmc 생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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