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루브르의 피라미드는 어떻게 탄생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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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유현준 지음/492쪽·1만9500원·을유문화사

건축물은 생각과 물질이 만나 만들어진 하나의 작품이다. 건축물은 건축가의 상상력과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여 완성되는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건축가인 저자는 지난 100년간 지어진 건축물 중 30개를 엄선해 소개한다. 기준은 ‘충격과 감동을 받을 만큼의 창의성’이다. 각 건축물은 건축 역사에 새 시대를 열었다고 할 만한 작품들이다. 저자는 건축가의 의도와 당시 이를 접했던 사회 분위기 등 건축물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풀어낸다.

저자가 꼽은 건축물 중 하나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다. “파리의 심장에 이집트 피라미드를 심었다”고 평가받는 이 건축물은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이오밍 페이(1917∼2019)의 작품이다. 당시 “파리의 상징물로 부적합하다”는 대중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완공의 일등공신은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1916∼1996)이었다. 1980년대 건축계의 난해한 포스트모더니즘 시류에 굴하지 않고 이 파격적인 건축안을 승인한 것. 결국 오늘날, 이 유리 피라미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건축물이 됐다.

독일 국회의사당 역시 특별한 배경을 가졌다. 독일이 통일 이후 국회의사당을 리모델링하는 공모전을 열었는데,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의 안이 채택됐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이 속한 연합국에 패했다. 그래서 이는 한국 국회를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짓는 것과 비슷한 일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독일은 공모전 결과를 받아들였다. 국회의사당의 돔은 전망대이자 사람들이 아래층에 있는 국회 회의장을 내려다볼 수 있게 고안됐다. 시민이 국회를 감시한다는 민주주의적 태도가 녹아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루브르#피라미드#인문 건축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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