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환경 얼마나 변화시켰나?” 오염도 평가 기준 나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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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상승폭-지표수 유량 변경 등
5개 부문서 환경오염 기준점 제시
“대부분의 지표서 위험 수위 도달”

인류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도구인 ‘안전하고 정당한 지구시스템 지표(ESB)’를 개발한 요한 록스트룀 독일 포츠담대 교수. 위키미디어 제공
인류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도구인 ‘안전하고 정당한 지구시스템 지표(ESB)’를 개발한 요한 록스트룀 독일 포츠담대 교수. 위키미디어 제공
과학자들이 인류가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개발했다.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후, 생태계, 물, 영양소 순환, 에어로졸 오염 등 5개 요소에 대해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각각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요한 록스트룀 독일 포츠담대 교수를 중심으로 꾸려진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그동안 지구·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의 위험수위를 가늠하는 기준이 통일되지 않은 것에 주목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사회가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안전하고 정당한 지구시스템 지표(ESB)’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각 요소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지구 환경에 일어나는 변화를 객관적으로 제시해 기준의 근거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기후’ 요소의 경우 지구 북반구 영구동토층의 녹는점을 기준으로 삼고 실험과 문헌 검토를 통해 국제사회가 목표해야 하는 지표면 평균온도를 제시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ESB에 의하면 지구환경과 관련한 각 요소는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기후’ 요소의 경우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합의된 지표면 온도 상승 제한선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지만 안전한 온도 상승 폭은 1도라고 분석됐다. 산업화 이후 현재까지 지표면 온도 상승 폭은 1.2도로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생태계’ 요소와 관련해선 지구 전체 면적 중 50∼60%가 온전한 자연 상태로 남아있어야 하지만 기준치의 절반 수준밖에 보존되지 않은 상태로 분석됐다. ‘물’ 요소에 대해선 안전한 지표수의 유량 변경량은 월 20% 정도지만 현재는 월간 유량 변경량이 3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수 또한 연간 보충량이 사용량을 넘어서야 하지만 지금은 사용량이 보충량을 상회한다고 지적한다.

‘영양소 순환’ 요소의 경우 토양이나 해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원소인 질소와 인의 전 세계 적정 출량 기준이 제시됐다. 질소는 연간 57Tg(테라그램·1Tg은 10¹²g) 이하로 배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미 2배 가까운 119Tg의 양이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은 연간 4.5Tg 이하 수준으로 배출돼야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기준치보다 연간 10Tg 정도 많은 인이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로졸’ 요소와 관련해서 초미세먼지(PM2.5)의 대기 중 함유량이 ㎥당 15μg(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 이하로 유지돼야 인체건강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전 세계 대기 중 PM2.5 함유량은 이 기준을 아슬아슬하게 충족하는 상태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록스트룀 교수는 ‘지구 위험 한계선’ 개념을 처음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5개 요소와 관련한 대부분 지표가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시의적절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지구 환경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인류 삶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미래 세대가 안전하고 정의로운 미래를 보장받으려면 이러한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한 현재 세대의 강력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지구환경#지구시스템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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