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의 문화예술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작은영화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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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등 전남지역 11개군서 운영
30∼100석에 3D 상영시설 갖춰
2015년 이후 누적 관람객 175만명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 상영

2021년 7월 개관한 해남시네마는 지역민의 문화예술 소통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도는 2025년까지 14개 군에 작은영화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전남도 제공
2021년 7월 개관한 해남시네마는 지역민의 문화예술 소통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도는 2025년까지 14개 군에 작은영화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전남도 제공
“세계에서 가장 먼저 영화를 개봉한다고 해서 보러 왔어요.”

17일 오후 전남 해남군 해남읍 해리에 자리한 해남시네마.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된 이날 해남시네마는 오랜만에 관객들로 북적였다. 영화관 대기실에 앉아 있던 관객들은 저마다 손에 영화표와 함께 고소한 내음의 팝콘을 들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대한민국 스크린에서 만난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무척이나 설레 보였다.

이하연 해남시네마점장(25·여)은 “2년 전만 해도 주민들이 영화를 보려면 목포까지 가야 했는데 이젠 그런 불편이 없다”며 “좌석 수만 적을 뿐 3차원(3D) 영화까지 상영할 수 있어 전국의 여느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 문화예술 소통 공간

전남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작은영화관이 주민들의 문화예술 소통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도시 대형 극장 못지않은 시설에 저렴한 관람료로 주민들의 문화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21일 전남도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영화관이 없는 농촌에 들어서고 있는 작은영화관의 누적 관람객이 지난해까지 175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누적 매출액도 1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2014년까지만 해도 전남지역 영화관은 목포와 순천, 여수 등 3개 시에만 있었다. 전남도는 2015년부터 농촌의 작은영화관 설립에 나서 장흥에 ‘정남진시네마’를 처음 개관했다. 작은영화관은 이후 곡성, 고흥, 보성, 화순, 완도, 진도, 영광, 해남, 담양, 영광 등 11개 군 지역으로 늘어났다.

이 영화관들은 좌석이 30∼100석으로 작지만 대형 극장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스크린과 음향, 3D 영화 상영 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신 영화를 상영하지만 관람료는 어른 기준 6000∼8000원이다. 도시 대형 극장 관람료(1만4000∼1만5000원)의 60% 수준이다. 운영은 자치단체가 직영하거나 사회적기업, 영화 관련 회사 등이 맡고 있다.

작은영화관은 영화를 즐기려는 지역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2015년 1만3437명에 불과하던 관람객은 2019년 48만2068명으로 35.8배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장세를 떨치던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0만 명 내외의 관람객이 영화관을 방문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부터 위드 코로나로 마스크 없이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다시금 관람객이 늘고 있다.

● 예술 독립영화도 상영

작은영화관들은 더 많은 주민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있다. 해남시네마는 하루 10∼12편을 애니메이션, 일반 영화, 독립 영화 등으로 편성해 다양한 연령대가 찾을 수 있게 했다. 또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에는 예술·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씨네 브런치’ 행사를 열어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전남도는 작은영화관을 지속해서 확대할 방침이다. 도비와 군비를 들여 순차적으로 무안, 신안, 강진 등에 작은영화관을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구례와 함평, 장성 등 3곳에는 작은영화관을 건립하지 않는다. 구례의 경우 민간 영화관에서 영화를 상영 중이며, 함평은 군에서 운영하는 자동차영화관이 성업 중이다. 장성은 광주와 인접해 작은영화관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다.

전남도는 작은영화관 활성화를 위해 전남영상위원회와 함께 영화 프로그래머를 양성하고 영상산업 관계자 초청 팸투어를 가질 계획이다. 올해 처음으로 남도영화제를 10월에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장 일원에서 개최한다. ‘남도 에브리씽’을 주제로 세계 25개국, 80여 편의 영화를 9개 실내외 상영관에서 상영할 계획이다.

양국진 전남도 문화예술과장은 “작은영화관을 추가로 건립하면 총 14개 지역의 도민들이 최신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다”면서 “지역민들이 문화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역 곳곳에 찾아가는 영화관이나 영화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해남시네마#지역민의 문화예술#작은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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