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연주자 라트리 “오르간으로 어떤 음악이든 가능하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4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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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프랑스 음악의 홍보대사… 레퍼토리 확장 노력”
아내가 한국인… 관객에게 주제 받아 즉흥연주 즐겨

6년만에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리사이틀을 여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롯데콘서트홀 제공
1985년,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 자리에 23세의 올리비에 라트리가 역대 최연소로 발탁됐다. 38년째 이 자리를 유지해온 그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프랑크 ‘영웅적 소품’과 비도르의 오르간 독주곡인 오르간 교향곡 5번 등 프랑스 오르간음악 외에 오케스트라 곡인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도 오르간 독주로 들려준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오르간은 너무도 다채로워 모든 장르에 사용할 수 있는 악기”라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프랑스 오르간 곡 외 오케스트라 곡 편곡판들이 눈에 띕니다.
“저는 오르간 전통이 뿌리 깊은 프랑스 출신이기 때문에 프랑스 음악의 홍보대사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한편으로 오르간 음악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오르간 용으로 편곡된 음악들도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생상스가 편곡한 리스트 ‘새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체스코’도 연주하는데, 바그너와 리스트 모두 세 프랑스 작곡가 (프랑크, 생상스, 비도르)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번에 제가 연주하는 작곡가들은 음악적으로 대가족처럼 연관된 셈이죠. ‘동물의 사육제’는 아내(오르가니스트 이신영)가 상당히 훌륭하게 편곡해서 제가 한 번 연주해보고 싶었습니다.”

―한국과 인연이 각별하신 셈이죠.
“(한국인인) 아내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여러 번 한국을 여행했었죠. 하지만 청중들과 다시 만나는 건 또다른 기분입니다.”

―바흐 멘델스존 생상스 등의 오르간 곡을 연주했던 2017년 내한 공연에서 관객들이 적어낸 곡을 골라 즉흥연주를 펼치기도 했죠. 휴대전화 메시지 서비스 알림음을 즉석에서 변주했고 관객들이 한국의 ‘애국가’를 함께 부르게 한 광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즉흥연주는 그 자리에서 작곡되고 즉시 사라지는 점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대체로 메인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동안 이미 관객들과 좋은 관계를 맺은 뒤에 즉흥 연주를 펼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영감을 줍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글쎄, 한번 보시죠.”

6년만에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리사이틀을 여는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오르가니스트 올리비에 라트리. 롯데콘서트홀 제공
―안타깝게도 2019년에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이 화재로 훼손돼 지금도 복원 공사 중이죠. 화재 당시 ‘슬프지만 오르간이 무사해 다행’이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하셨는데요.
“노트르담 대성당은 내년 12월 8일 다시 문을 엽니다. 저는 당연히 첫번째 미사에서 오르간을 연주할 겁니다. 우리는 화재 후 몇 달 동안 오르간을 청소하고 복원했습니다. 지붕이 바뀌니 음향 측면에서는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요. 우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모든 프랑스인, 어쩌면 더 많은 세계인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런 건물과 늘 만나는 경험은 사람을 다르게 만듭니다. 여행이나 일과로 지친 채 그 곳에 갔을 때도 여전히 활력에 넘치곤 했어요. 복원 뒤에도 그 힘을 되찾을 수 있기 바랍니다.”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메시앙 오르간 작품 등 여러 앨범을 발매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녹음 계획을 소개한다면.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쿠프랭의 미사곡 두 곡이 곧 발매됩니다. 베르사유 궁전의 샤펠 로얄 오르간으로 녹음했습니다. 멋진 곳이죠. 그 전에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리스트 오르간 곡을 녹음한 것도 나올 예정이구요,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금관 앙상블과 함께 녹음한 앨범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녹음 계획은… 말하기 이르네요, 쉬잇.”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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