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SNS 신뢰하다 ‘집단 착각’ 빠질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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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착각/토드 로즈 지음·노정태 옮김/420쪽·2만4000원·21세기북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할 때 미국에선 갑자기 화장지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당시 미국은 화장지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소셜미디어를 타고 잘못된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나간 탓이다. 결국 화장지가 동난 매장이 속출했다. 이듬해에도 미국에서 화장지 사재기 현상은 재연됐다.

이 같은 집단적 착각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본능 때문이다.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다수를 따르려는 인간의 본능, 즉 ‘순응 편향’ 현상은 인간이 쉽게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이 아니어도 다수의 생각이라고 믿어버리는 순간, 인간은 순응적으로 침묵하고 따르는 경우가 많아 수많은 집단 착각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권력의 불균형이 심할수록 침묵과 순응이 더욱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1986년 1월 28일 챌린저호는 발사 73초 만에 폭발해 승무원 7명 전원이 사망했다. 오링(틈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에서 연료가 샌 게 폭발의 원인이었다. 저자는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 기술자들이 이런 우려를 알고 있었음에도 상급자에게 기가 죽어 있는 조직문화 탓에 이 같은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인간은 어느 때보다 집단 착각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 오늘날 인터넷 사용자들은 매일 250경 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산해낸다. 페이스북에는 1분당 평균 댓글 51만여 개와 게시물 29만3000여 개가 올라온다.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인간의 정보 처리 능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믿고 싶은 것만 보는 경향이 짙어지게 된다. 이 같은 디지털 환경 탓에 정치 이념의 양극화 현상도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단 착각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이는 침묵을 깨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왜?’ 혹은 ‘왜 안 돼?’라고 질문하며 목소리를 내자는 것이다. 스스로 전제하고 있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그 전제가 틀렸을 가능성을 회피하려 들지 말자고 당부한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집단 착각#소셜미디어#순응 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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