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 역전포-지환 끝내기포… ‘코리안 쌍포’ 불 뿜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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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한솥밥 최지만-배지환
한국 빅리거 같은 경기 홈런 처음
최 “너무 행복”… 배 “꿈꾸는 듯”
구단, 한글로 ‘배지환 끝내기 홈런’

팔뚝엔 태극기, 반려견 이름은 ‘독도’ 피츠버그 배지환이 12일 휴스턴과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안방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3점 홈런을 친 뒤 동료들로부터 얼음 세례를
 받고 있다. 배지환은 “언젠가는 꼭 국가대표가 되겠다”면서 이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오른쪽 팔에 태극기 문신을 새겨 넣었다. 
반려견 이름도 ‘독도’다. 피츠버그=게티이미지
팔뚝엔 태극기, 반려견 이름은 ‘독도’ 피츠버그 배지환이 12일 휴스턴과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안방경기에서 9회말 끝내기 3점 홈런을 친 뒤 동료들로부터 얼음 세례를 받고 있다. 배지환은 “언젠가는 꼭 국가대표가 되겠다”면서 이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오른쪽 팔에 태극기 문신을 새겨 넣었다. 반려견 이름도 ‘독도’다. 피츠버그=게티이미지
최지만(32)은 ‘칼춤’을 췄고, 배지환(24)은 ‘슬램덩크’를 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코리안 듀오’ 최지만과 배지환이 같은 경기에서 나란히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한국인 빅리거 역사에 명장면 하나를 추가했다.

두 선수는 12일 휴스턴과의 MLB 정규리그 안방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각각 영양가 만점짜리 홈런을 날렸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2명이 같은 경기에서 모두 홈런을 친 건 처음이다. 한국인 타자가 같은 날 같은 팀에서 안타를 기록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3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최지만이 먼저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내보냈다. 최지만은 2-2로 맞선 6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 투수 크리스티안 하비에르와 풀카운트 대결 끝에 오른쪽 외야 관중석 제일 윗자리에 떨어지는 대형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몸쪽 높은 곳으로 들어온 시속 148km 패스트볼을 당겨 쳐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전날 휴스턴을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을 기록한 최지만의 이틀 연속 대포였다. 홈 베이스를 밟은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최지만은 파이리츠(해적)라는 팀 이름에 어울리게 ‘해적의 칼’을 휘두르는 홈런 세리머니를 했다.

경기가 이대로 끝났다면 최지만의 솔로포는 결승 홈런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지만은 이날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를 후배 배지환에게로 돌려야 했다.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한 배지환은 7회까지 네 번의 타석에서 삼진 2개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였다. 배지환은 4-2로 앞서던 피츠버그가 9회초 불펜 난조로 2점을 내주면서 9회말에 다시 한번 타격 기회를 얻었다. 1사 1, 2루 기회에서 이날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선 배지환은 상대 마무리 투수 라이언 프레슬리의 시속 142km 몸쪽 낮은 체인지업을 걷어 올려 우중간 스탠드에 떨어지는 끝내기 3점포를 터뜨렸다. 타격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그는 1루로 향하면서 배트 플립을 선보였고 3루를 지나 홈으로 들어올 때는 헬멧을 농구공 삼아 덩크슛 자세를 취하는 ‘슬램덩크’ 세리머니를 했다.

피츠버그 최지만이 12일 휴스턴과의 안방경기에서 1회말 2루타를 친 뒤 베이스에서 해적처럼 칼을 뽑아 드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피츠버그=AP 뉴시스
피츠버그 최지만이 12일 휴스턴과의 안방경기에서 1회말 2루타를 친 뒤 베이스에서 해적처럼 칼을 뽑아 드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피츠버그=AP 뉴시스
배지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꿈을 꾸는 것 같다. 앞 타석에서 못 쳤기 때문에 내가 끝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어릴 때 피츠버그에서 뛴 강정호 선배를 보면서 자랐다. 당시 (프랜차이즈 스타) 앤드루 매커천도 함께 뛰고 있었다. 당시 매커천은 홈런을 치고 난 뒤 ‘슬램덩크 세리머니’를 했다. 내가 그걸 똑같이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매커천은 배지환의 3점 홈런 때 1루 주자였다.

5일 보스턴 방문경기에서 ‘그린 몬스터’를 넘기는 빅리그 첫 홈런을 친 배지환은 통산 두 번째 홈런을 짜릿한 끝내기 홈런으로 장식했다. 배지환은 2018년부터 4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때린 홈런이 16개밖에 되지 않는다. 장타력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하지만 올해 MLB 9경기에서 홈런 2개를 날렸다. 최지만은 이날 경기 히어로 인터뷰를 하던 배지환에게 얼음을 쏟아부으며 축하했다. 최지만은 “지환이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겨 기분이 좋지 않다”고 농담을 한 뒤 “사실은 너무 행복하다. 지환이가 해낼 줄 알았다”고 했다.

피츠버그 구단은 트위터에 배지환의 홈런 장면 영상과 함께 한글로 ‘배지환, 끝내기 홈런’이라고 올리면서 축하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코리안 쌍포#배지환#최지만#메이저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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