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3대 세습 가능케 한 ‘죄수의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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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독재의 정석/한병진 지음/344쪽·1만8000원·곰출판

3대가 권력을 세습한 북한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독재 체제의 정점은 수령이다.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인 저자는 수령이라는 정치 시스템이 어떤 과정을 거쳐 확립됐는지 다양한 이론을 통해 설명한다.

1950년대 김일성이 북한 내 여러 엘리트 그룹을 누르고 권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죄수의 딜레마로 풀어볼 수 있다. 엘리트들은 함께 수령에 도전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엘리트 그룹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충성을 택한다. 충성을 하면 당장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소련파 1인자 허가이의 숙청이다. 1952년 허가이를 숙청할 때 앞장섰던 인물은 같은 소련파였던 박창옥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부장이었다. 김일성은 두 사람 모두에게 신뢰를 주는 듯하다가 등을 돌리는 기만술로 경쟁자를 숙청했다. 박창옥도 1956년 숙청됐다.

3대 김정은 수령 체제까지 이 같은 숙청은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숙청하고 측근들의 혁명화(좌천)와 복권을 반복하며 권력을 쥐었다. 저자는 이들 엘리트가 의외로 정보의 무지에 가로막혀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북한 내부가 급변하면 중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중국의 목표는 친중적인 북한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은 중국이 북한 수령 체제를 지지하는 것 같지만 수령 체제가 흔들릴 경우 북한 엘리트 그룹이 중국에 더욱 의존할 것이기 때문에 유사시에도 중국이 수령을 돕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저자는 통일이 될 경우 남북한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상원의 설치를 제안한다. 미국이 남북전쟁 뒤 북부보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남부를 연방에 편입시키기 위해 상원을 만든 데서 배우자는 것. 미국은 인구와 관계없이 주마다 2명의 상원의원을 선출하고, 상원은 법률 거부권을 갖는다.

책은 다양한 비유와 정치, 경제학 이론을 망라해 북한을 설명하고 있다. 비교적 쉽게 읽히는 편이지만, 한편으론 산만한 느낌을 줘 아쉬움이 남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3대 세습#죄수의 딜레마#독재 체제#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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