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시몬스, 소아청소년 환자 100여명 도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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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에 4년간 12억 원
올해부터는 ‘완화의료’도 지원
환아뿐 아니라 가족심리도 돌봄
ESG침대 판매로 기금 쌓아

왼쪽부터 최종협 삼성서울병원 수석컨설턴트, 김지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양지혁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왼쪽부터 최종협 삼성서울병원 수석컨설턴트, 김지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양지혁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제공
“우리나라보다 진료비가 훨씬 비싼 미국조차도 진료만으로는 소아청소년과 운영이 힘들어 상당 부분을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지금처럼 유례없는 저출산 사회에서는 머지않아 감기 같은 단순 질환을 치료받기 위해 부모가 아픈 아이를 안고 시, 도, 군을 넘나든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양지혁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하면서 소아 의료체계에 대한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2019년 국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이 80%로 떨어진 이후 올해 신규 1년 차 지원율은 15.9%까지 곤두박질쳤다. 최근 5년간 650곳이 넘는 소아과가 사라졌다. 이런 추세라면 양 교수의 우려대로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못 가는 사태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소아·청소년 진료는 성인에 비해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급속한 저출산으로 환자 수는 적고 보상수가는 낮아 적자 구조를 타개할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기부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계의 위기가 가중되던 2020년 수면 전문 브랜드 시몬스는 소아암 및 중증 희귀 난치성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보태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3억 원을 기부했다. 이후 해마다 3억 원씩 총 12억 원을 전달했다. 시몬스의 지원으로 100여 명의 환아가 입원 치료비, 외래 치료비 등을 지원받았다.

김지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알레르기호흡기분과 교수는 “매달 150만 원 정도 하는 고가의 약값 때문에 고민하는 환아의 부모님이 있었다. 아이는 피부염이 심해 밤새 긁는 바람에 이불이 피범벅이 될 정도라 치료를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기부금으로 가족 전체가 희망을 품게 됐다”며 “기부가 아이에게 준 것은 약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시몬스는 올해부터는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 완화 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소아·청소년 완화 의료’란 환아 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통증 조절을 통한 환아 삶의 질 개선 △환아 및 가족의 심리·사회적 지원 △환아의 신체적 정서적 발달 지원 △임종 및 사별가족 돌봄 등을 통해 투병 생활 중 발생하는 가족의 어려움을 돕는 것을 말한다. 환아의 고통을 나누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김 교수는 “환아가 마라톤같이 긴 만성질환과의 싸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환아뿐만 아니라 환아를 돌보는 가족들이 번아웃(burn out)되지 않도록 안심시키고 심리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몬스 침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ESG 제품으로 2월 ‘뷰티레스트 1925’를 선보였다. 이 침대가 판매될 때마다 소비자 가격의 5%가 2025년 완공 예정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리모델링 기금으로 쌓이게 된다. 새롭게 세워질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해 소아청소년 진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삼성서울병원 병원발전사무국에서 기부 업무를 맡은 최종협 수석컨설턴트는 “기부의 폭을 넓히기로 한 시몬스의 행보가 국내 소아·청소년 진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삼성서울병원 역시 기부자의 선한 의지가 다양한 곳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기부 시스템과 전문 컨설팅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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