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워렌 버핏에도 “은행구제 도와달라”…‘뱅크런’ 공포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9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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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당국이 자국 1, 2위 은행 통합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스위스중앙은행의 긴급 유동성 지원과 같은 미봉책으로는 크레디트스위스발(發) 위기 확산을 막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당국이 인수합병을 서두른 이유는 CS가 다음주에 실제 파산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무너진 은행에 대한 신뢰가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CS는 지난주 하루에 100억 달러(13조 원)꼴로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 뱅크런에 장사 없다…긴박한 시장
CS는 지난해 10월 영국 국채 위기 확산 당시에도 파산 위기설이 나오는 등 글로벌 금융 불안 시기마다 시장의 불신을 받아왔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부실채권 등 특정 위험에 집중 노출돼 파산했던 것과 달리 CS는 최근 수년 동안 돈세탁 혐의 등 각종 스캔들과 소송전에 미국 아케고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 등 대규모 투자 손실이 얹어져 부실이 누적돼왔다. 지난해 79억 달러(10조 원) 규모의 손실을 내 감원 등 구조조정 중이었다.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로 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자 CS에서 또 다시 뱅크런과 상위 고객 이탈 현상이 벌어지며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CS 경영진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며 인수합병에 불만을 표하고 있지만 스위스 1위 은행 UBS의 인수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금융당국과 시장의 견해에 따라 인수합병 협상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가 관계자는 “CS가 글로벌 금융위기 뇌관이 되지 않으려면 같은 스위스 은행인 UBS가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고 말했다.

SVB 폐쇄 후폭풍으로 167년 역사의 세계적인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UBS와 CS가 합쳐지면 세계 금융시장에 미칠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UBS와 CS의 시가총액은 각각 650억 달러(85조 원), 80억 달러(10조 원)로 완전 합병될 경우 100조 원에 육박하는 ‘공룡 은행’이 탄생한다. 전 세계에 임직원 약 7만4000명을 둔 UBS와 5만 명을 고용한 CS의 합병 시 일자리가 최대 1만 개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베어스턴스 모먼트’ 될까 노심초사
SVB 폐쇄 당시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주거래 고객인 테크 산업 외에 시스템적 위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공포가 확산되며 일주일 만에 미 중소형 은행이나 스위스 CS처럼 ‘약한 고리’에 뱅크런이 집중돼 파산 위험이 제기되고, 이에 따른 불안이 다시 증폭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서 “미국인 예금은 안전하다”고 외쳤고 16일에는 11개 미 은행이 위기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9조 원 예치까지 밝혔지만 좀처럼 불안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지난주 예금 인출 규모가 약 890억 달러(117조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큰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회장은 트위터에 “신뢰 위기가 번질 때 반쪽짜리 조치는 의미가 없다. 즉각적인 임시 예금 전액 보증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미국의 중소형 은행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전 2007년에 베어스턴스 등 중소형 금융기관의 도미노 붕괴를 연상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에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베어스턴스를 인수하는 등 월가의 큰손들이 위기 확산에 나섰지만 결국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세계 경제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스템적 위기가 다시 올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온다면 과거 중앙은행들이 썼던 ‘양적 완화’와 같은 해법이 막혀 위기 해결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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