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엇갈린 물가 신호… 연준 고민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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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소비자물가 6% 올라
상승폭 1년반만에 가장 낮아
근원물가는 예상치 넘는 상승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6.0%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6.0%)에 부합했지만 근원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세는 둔화됐지만 절대 수준은 상당히 높다는 의미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후폭풍에 대처하기 위해 통화 정책을 고심 중인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미 노동부는 14일(현지 시간)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0% 상승했다고 밝혔다. 1월(6.4%)보다 상승세가 둔화된 것이다. CPI는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연속 전월 대비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6.0%라는 수치 자체도 2021년 9월 이후 가장 적은 폭의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지난해 11월(―1.4%), 12월(―3.1%) 연속으로 내려가던 에너지 물가는 1월에 2.0%로 올랐다가 2월에 다시 0.6% 하락으로 돌아섰다. 노동부는 “전년 대비 8.1% 상승한 주거비가 2월 CPI 상승을 이끌었다”며 “주거비가 전체 상승분의 70%를 차지한 가운데 식료품, 레저, 가구류 등도 상승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5%로 시장 예상치(0.4%)를 상회했다. 1월(0.4%)보다도 올랐다. 전년 동월 대비 근원 물가 상승률은 5.5%로, 1월보다 0.1%포인트만 내려갔다. 근원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21,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릴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SVB, 시그니처은행의 잇단 긴급 폐쇄 조치로 미 금융 체계의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금융 안전성 사이의 갈림길에 섰다. 여기에 경기 침체 가능성도 고민해야 하는 ‘트리플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금리 인하로,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금리 동결로 예측한 가운데 시장은 2월 CPI 발표 이후 기준금리를 0.25% 올리는 베이비스텝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금리 선물을 통해 기준금리 수준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월 CPI 발표 직후 연준이 3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전날 65%에서 83.4%까지 끌어올렸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만약 FOMC가 오늘이라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며 “연준과 재무부의 예금 지원 조치가 불안감을 잠재운다면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물가#연방준비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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