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남성이 성폭행” 피멍 사진 올린 英여성, 전부 자작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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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15일 15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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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너 윌리엄스. 페이스북 갈무리
엘리너 윌리엄스. 페이스북 갈무리
영국의 한 20대 여성이 아시안 성매매 조폭에게 납치돼 성폭행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했으나 모두 자작극이었음이 드러나 영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가디언지에 따르면 거짓 증언, 증거 조작 등 사법 체계 방해 관련 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엘리너 윌리엄스(22)는 이날 징역 8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윌리엄스의 주장이 “완전히 거짓”이라며 그가 반성의 기미를 보이거나 범죄 이유를 해명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0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윌리엄스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잉글랜드 북서부 컴브리아 지역 해안가에 위치한 배로우 마을로 납치당했고, 그곳에서 수많은 아시아계 남성으로부터 폭행과 강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윌리엄스가 눈에 커다란 피멍이 든 사진과 손가락 일부가 잘린 사진을 함께 공개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했다.

이 게시물이 온라인상에 퍼지자 배로우 마을에는 5만 명의 시위대가 몰려와 성폭행 사건의 진상 규명과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페이스북에는 ‘엘리에게 정의를’이라는 세계적 연대 모임이 만들어졌으며 10만 명 넘게 가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윌리엄스가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장소는 2년 동안 빈집이었으며, 이웃들은 집 주변에서 아시아계 사람들이 오가는 걸 전혀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또 윌리엄스가 납치범 차량으로 지목한 은색 아우디는 배로우 마을 폐쇄회로(CC)TV 어디에도 포착되지 않았다.

윌리엄스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하나도 나오지 않은 반면, 그의 자작극을 증명할 증거는 하나씩 발견됐다. 우선 목격자가 윌리엄스를 봤다는 현장에서 경찰견이 피 묻은 망치를 찾아냈다. 경찰은 망치 판매처를 추적한 끝에, 윌리엄스가 한 대형마트에서 직접 망치를 구매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엘리너 윌리엄스. 페이스북 갈무리
엘리너 윌리엄스. 페이스북 갈무리
성폭행 주장도 사실이 아니었다. 경찰은 윌리엄스가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의 신원을 도용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만들고 성범죄 증거를 조작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해당 계정은 윌리엄스의 자택에서 생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인신매매범의 지시로 블랙풀 지역의 수많은 곳으로 끌려가 남자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거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매춘업소에서 일하다 경매에서 2만5000유로(한화 약 3500만 원)에 팔렸다는 주장도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윌리엄스의 무고로 개인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큰 피해가 발생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3명은 법정에서 “삶이 지옥이 됐으며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호소했다. 이 중 윌리엄스가 인신매매범이라고 지목한 사업가 모하메드 람잔(43)은 SNS로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명은 강간 혐의로 73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컴브리아 경찰에 따르면 2020년에만 윌리엄스 사건과 관련해 괴롭힘, 공공질서 위반 등 151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그해 여름 지역에 증오범죄는 3배로 뛰었다. 범죄에 가담한 사업체라며 잘못된 명단이 SNS로 돌면서, 그에 포함된 식당들은 유리창이 깨지고 고객이 급감하는 피해를 겪었다.

이전까지 피해를 호소하던 윌리엄스는 경찰이 증거를 들이밀자 모든 진술을 거부했다. 이후 그는 법원에 제출한 편지에서 “실수한 걸 안다. 미안하다. 변명하진 않겠지만 어리고 혼란스러웠다”면서도 “내가 유죄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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