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두고…“바이든 정책이 원인” vs “트럼프 규제완화 탓”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4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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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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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서 미국 테크 기업들의 주거래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과 가상화폐 전문은행 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를 두고 ‘네 탓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바이든 정부의 정책 탓”이라며 공세를 높이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인 트럼프 행정부 때 지역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탓”이라며 맞서고 있다.

● 공화 주자들 “바이든 정책이 은행 자금난 초래”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오전(현지 시간) 주식 시장이 문을 열기 전 서둘러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재무부 등이 앞서 발표한 대책을 직접 브리핑하며 파산한 SVB 은행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 파산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줄이도록 의회와 금융당국에 은행 관련 규제를 강화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급한 불끄기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 ‘때리기’에 나섰다.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출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을 가속화했고, 그 결과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은행들의 자금난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인 소셜트루스에 “우리는 1929년보다 더 크고 강한 대공황을 맞을 것이다. 은행이 벌써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1920년대 말 대공황기 대통령이었던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가장 바보 같은 증세로 조 바이든은 우리 시대의 허버트 후버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디다 주지사도 가세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DEI(다양성·공평함·평등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 등에 관심을 쏟으면서 핵심 임무에는 집중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에는 거대한 연방 관료체제가 있음에도 그들은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정작 역할을 해야 할 때는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SVB 고객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한 조치에 대해 사실상의 ‘구제 금융’이라고 규정하며 “예금들은 SVB의 자산을 매각해서 지급돼야 한다. 납세자들이 책임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바이든 “트럼프 때 규제 대폭 완화한 게 원인”
SVB 등 미국 중소형 은행들의 잇따른 파산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감행한 금융규제 완화가 주요 원인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발생 2년 뒤인 2010년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8년 법을 개정해 은행 건전성 기준을 자산 500억 달러(약 65조원)에서 2500억 달러(약 325조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중견 은행들은 매년 받아야 했던 재무건전성 평가를 격년으로 받거나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무너진 SVB(자산 2090억 달러·약 271조원)와 시그니처은행(자산 1104억달 러·약 143조원)도 여기에 해당한다.

집권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지역은행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서 이번 파산 사태의 도화선이 됐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도드-프랭크법을 거론하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했던 금융 규제를 트럼프 행정부가 풀면서 이런 사달이 났다”고 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주)은 트위터에 “도트-프랭크법이 마련한 금융 규제를 없앤 트럼프 시대의 위험한 규제 완화를 되돌려야 한다”고 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주)도 전날 성명을 통해 “SVB의 실패는 트럼프가 서명한 은행 규제 완화 법안의 결과이며, 나는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 청 트럼프 전 대통령 대변인은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책임 을 회피하려 대중을 ‘가스라이팅’ 하려는 슬픈 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윤다빈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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