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총을 쐈던 그 장소다. 죄송하다”…5·18계엄군과 시민군 ‘눈물의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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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14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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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오늘의 증언이 5·18진상규명의 첫걸음이다’ 행사에서 정성국 공로자회장(왼쪽), 황일봉 부상자회장(왼쪽 두번째), 김귀삼씨(68, 세번째)와 김태수씨(68, 네번째)가 발언하고 있다.김귀삼씨는 5·18 당시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3공수여단 3대대 출신 중사다. 김태수씨는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하다가 큰 부상을 입었다. 2023.3.14/뉴스1
14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오늘의 증언이 5·18진상규명의 첫걸음이다’ 행사에서 정성국 공로자회장(왼쪽), 황일봉 부상자회장(왼쪽 두번째), 김귀삼씨(68, 세번째)와 김태수씨(68, 네번째)가 발언하고 있다.김귀삼씨는 5·18 당시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3공수여단 3대대 출신 중사다. 김태수씨는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하다가 큰 부상을 입었다. 2023.3.14/뉴스1
1980년 5월 광주시민을 총칼로 억압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계엄군이 43년 만에 피해 당사자를 직접 만나 사죄와 용서를 빌었다.

14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공로자회, 사단법인 특전사동지회 주관의 ‘오늘의 증언이 5·18진상규명의 첫걸음이다’ 행사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80년 5·18 당시 광주에 진압군으로 투입됐던 3공수여단 3대대 중사 출신 김귀삼씨(68)와 광주교도소에서 총상을 입었던 시민군 김태수씨(68) 등이 참석했다.

김귀삼씨는 1980년 5월20일 오후 8시 광주신역 진압작전에 처음 투입돼, 전남대학교 정문 앞과 광주교도소 경계 작전 등을 수행했다.

김귀삼씨의 고향은 광주로 당시 김씨가 계엄군으로 작전에 투입됐을 때 그의 다른 형제들인 큰형 김귀성씨, 둘째형 김귀중씨, 동생 김귀식씨는 5·18 시민군으로 활동했다.

김씨는 “5·18 이후 큰형은 공장을 하다가 부도나 죽었고, 작은형은 서울로 도피했다. 동생은 우리 전우들(계엄군)에게 구타를 당해, 이빨이 다 빠지고 삼청교육대까지 끌려갔다”며 “아들 세명은 데모하고, 한명은 계엄군 이었다. 어머니는 전남대 정문 앞 도로가에서 매일 통곡하셨다. 가족들이 5·18을 겪으며 가슴 아픈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김귀삼씨는 이날 최초 광주 투입 상황부터 5월20일 광주역 진압, 광주교도소 경계, 실탄 사격 등에 대해 두루 설명했다.

특히 이날 5·18 피해자 중 대표로 참석한 김태수씨와는 광주교도소 발포 상황에 대해 서로의 증언을 맞춰가며 공감하기도 했다.

시민군 대표로 참석한 김태수씨는 5월21일 광주교도소 앞 보리밭에 정차됐던 버스에 타있다가 총에 맞은 부상자다. 그는 시민군에서 부상자 후송 역할을 맡고 있었다.

1시간 여의 증언이 이어진 뒤 김태수씨의 이야길 듣던 김귀삼씨가 “제 작전 지역이 맞다. 저희가 총을 쐈던 그 장소다. 죄송하다”고 말하며 울컥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쏜 총에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여태 부끄러워서 국립 5·18민주묘지도 가보지 못했다”며 “피해자인 김태수씨와 함께 기억을 맞춰보니 오늘에서야 그들의 상황을 알게됐다. 내가 발포한 총의 피해자를 만나니 너무 죄송스럽다”고 사죄했다.

피해자 김태수씨는 “지난 날 살아오면서 3공수여단 출신 군인은 사람이 아니고 짐승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당한 만큼 갚아주고, 죽여 버리고 싶은 마음만 갖고 살았다”며 “그런데 지금 와서 군인들 당사자를 만나 보니까 용서가 된다. 그 사람들도 피해를 입었고, 트라우마가 있어서 고생도 했다는 걸 보니 마음 아프다. 화해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귀삼씨는 이날 행사 이후 국립 5·18민주묘지에 참배한 뒤, 오월단체와 광주교도소에 방문해 구체적 증언을 보탤 예정이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는 오는 21일 7공수여대, 28일 11공수여대 출신 계엄군의 진실고백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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