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여수밤바다, 사람 중심 해양관광거점으로 재탄생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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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도시 여수] 개항 100주년 맞은 전남 여수항
474만 ㎡ 규모 수산·물류 무역항
지역 경제 발전의 중심축 역할
항만시설 확충 등 관광기반 필요

전남 여수항은 자산공원을 중심으로 구항, 신항, 신북항으로 나눠진다. 여수 구항은 낭만이 넘치는 항구다.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항은 자산공원을 중심으로 구항, 신항, 신북항으로 나눠진다. 여수 구항은 낭만이 넘치는 항구다. 여수시 제공
남해안 끝자락 전남 여수항(麗水港) 중앙에는 자산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오동도 입구에 있는 자산공원을 중심으로 옛 도심은 구항으로, 여수엑스포장은 신항으로, 마래터널 인근은 신북항으로 불린다. 이들 3개 항만의 규모는 474만 ㎡다.

구항은 진남관(鎭南館)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종포해양공원, 돌산 1·2대교 주변을 걷다 보면 ‘여수밤바다’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오동도, 여수엑스포장을 끼고 있는 신항은 푸른 남해바다의 풍광을 볼 수 있다. 신북항은 파도에 의해 소리를 내는 오션 오르간을 비롯해 오르간 등대, 해시계 광장, 전망대, 산책로 등 명소가 많다.

낭만의 대명사가 된 여수항이 올해로 개항 100년을 맞는다. 여수항은 수산·물류 중심항이자, 무역항으로 지역 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여수항은 시민의 애환이 녹아 있는 삶의 터전이었다. 2012여수엑스포 이후 여수항은 무역항 기능이 축소되고 해양관광 거점으로 발전했다. 여수시는 개항 100년을 맞는 여수항을 사람과 공존하는 해양복합관광 거점항구로 만들기로 하고 ‘미래 100년 비전’을 세웠다.

500년 호국 성지
전남 여수시 군자동에 위치한 국보 304호 진남관은 이순신 장군의 혼이 살아있는 호국의 성지다.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시 군자동에 위치한 국보 304호 진남관은 이순신 장군의 혼이 살아있는 호국의 성지다.여수시 제공
여수시 군자동 낮은 언덕에 있는 국보 304호 진남관은 호국의 성지다. 조선 성종 10년(1479년) 전라도에 왜구 침범이 잦아지자 당시 내래포 포구인 진남관 일대에 전라좌수영이 세워졌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직전인 1591년 전라좌수영 수군절도사로 부임해 성문 앞 도랑과 성곽을 쌓았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 진해루라는 누각에 머물며 전쟁을 지휘했다. 2차 왜란으로 불리는 정유재란(1597∼1598) 당시 왜구에 의해 전라좌수영이 불에 탔다.

전쟁이 끝난 직후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시언이 객사인 진남관을 다시 건립하는 등 전라좌수영 건물들이 들어섰다. 1716년 진남관이 화재로 소실되자 전라좌수사 이제면이 2년 만에 중건했다. 진남관을 제외한 전라좌수영 건물 대부분은 일제강점기인 1919년 일어난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조선 전함이 정박했던 전라좌수영 앞바다는 현재 매립돼 이순신 광장과 상가 등이 들어섰다. 송은일 전남대 이순신 해양문화연구소 연구실장은 “진남관 일대는 역사적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 호국의 성지로 불릴 만하다”고 말했다.

진남관 맞은편 언덕 고소동 천사벽화마을에는 여수 8경 중 1경인 고소대(姑蘇臺)가 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작전계획을 세우고 명령을 내린 장대(將臺)로, 일종의 지휘소다. 고소대에는 이순신 장군의 전적을 기린 통제이공수군대첩비(보물 571호)와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는 타루비(보물 1288호)가 있다.

어항에서 해상관광 거점으로
여수항은 1923년 4월 1일 거문도항, 성산포항 등 전국 18개 항과 함께 선박 및 화물의 출입을 할 수 있는 세관 지정항이 됐다. 당시 여수세관은 현재 중앙동 이순신광장과 중앙선어시장 뒤편 상가 자리에 세워졌다. 이정모 여수시 해양수산과 주무관은 “이순신 광장은 1920년대 당시 수심이 깊은 바다였지만 일제가 진남관 주변을 매립하면서 현재 해안선 모양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수항은 개항 100년 동안 변화와 발전을 통해 모습과 기능, 역할이 변했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기까지 일제의 주요 항구로, 인력과 물자 이동 통로 역할을 했다. 일본으로 쌀·면화·수산물·광물 등이 실려 나가고 잡화·의류·기계 등이 들어왔다. 여수항은 당시 일본 상품 교역항구로서 호황을 누렸다.

여수항은 무역 기능이 활성화되면서 부산항과 함께 남해안의 중심 무역항으로 자리 잡았다. 1950년 6·25전쟁을 거치면 전시물자 도입과 종전 이후 원조물자 하역을 전담하는 항구로 역할을 했다. 여수엑스포 이후 도심 쪽 여수 구항은 연안어업·여객 수송을, 신항은 해양관광 거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람과 공존하는 여수항
여수시는 지난해부터 여수 개항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개항 100년사를 발간했다. 여수 개항 100년사에는 개항 전후 여수항의 모습, 도시 공간 변천, 시대별 운영 성과, 역사적 사건, 문화예술 행사 등이 담겼다.

이 책은 ‘여수항을 해양레저, 관광 활성화를 통한 사람 중심의 해양복합관광 거점’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수항을 해양레저스포츠 콘텐츠를 확장하고 해상교통 중심지로 육성해 해양복합관광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수지역 역사·문화를 발굴하고 항만시설 확충 등 관광기반 확보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수엑스포장을 정비하고 국제컨벤션센터 등을 건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시는 4월 1일 이순신 광장에서 여수 개항 100주년 기념식을 연다. 이날 이순신광장 인근에 있는 여수 개항 100주년 기념탑(높이 3.2m)을 제막한다. 이후 나흘 동안 이순신광장 등에서 여수항 타임캡슐 매설식, 기념식수, 2026여수세계섬박람회 홍보관 운영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연다.

여수시는 여수항 발전을 위한 중장기 사업으로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 △여수엑스포장 리모델링 △크루즈 전용터미널 확장 △크루즈 관광 활성화 △해안길 정비 △북항 진입도로 확장 △여수구항∼국동항 연결도로 개설 등 9개 사업을 정했다. 여수시는 2149억 원을 투입해 9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여수항에 있는 조선소를 율촌산업단지로 옮기는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정재호 여수시 수산관광국장은 “개항 100년을 계기로 여수항을 사람이 중심되는 매력이 있는 해양관광·레저항구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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