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 조직을 해치는 무례함… 조직을 키우는 정중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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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

이는 2015년 도시락 전문 업체 스노우폭스 매장에 걸려 화제를 모았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안내문을 걸게 한 김승호 짐킴홀딩스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무례한 고객에 대한 응대는 직원들 입장에서 가장 난처한 상황인데 회사가 자신을 보호해 준다는 확신을 가지면서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졌다”며 “고객들도 점원을 더욱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일터에서 경험하는 무례함은 팬데믹 이후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례함의 비용’이라는 책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크리스틴 포래스 조지타운대 교수가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아티클에 따르면 전 세계의 다양한 업계 종사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일터에서 무례함을 경험했고, 78%는 고객의 무례한 행동이 5년 전보다 늘었다고 답했다.

포래스 교수는 무례함이 사회 곳곳에서 확산된 이유 중 스트레스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연구진의 조사 결과 동료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응답자의 73%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답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직장 환경, 전쟁과 인플레이션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면서 감정 조절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원격근무 확대로 인해 느슨해진 직장 내 유대관계, 소셜미디어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나빠진 정신건강 등도 무례함을 확산시키는 요인들이다.

무분별하게 퍼지는 무례함을 그냥 참으라고 하기엔 무례함의 비용이 너무 크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무례함은 직접 당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곁에서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다른 고객이 직원에게 무례하게 구는 모습을 목격한 고객은 해당 회사의 가치관에 의문을 가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그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려는 의향이 35%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을 잡기 위해서라도 회사는 무례한 이들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무례함은 생산성을 크게 감소시킨다. 무례한 말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해내는 능력이 저하되고 공격적인 생각이 늘어난다. 상사가 무례한 태도를 보이면 부하 직원들이 지식이나 정보 은폐로 보복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직 내에서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은폐된다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어려워지고 조직이 성장할 수도 없다.

“정중함이란 규격화된 예절 항목들을 하나씩 체크하는 의전이 아니라 매 순간 넓은 마음으로 타인을 포용하고 내 것을 내어주는 태도를 말합니다. 우리는 예의 바른 환경에 있을 때 좀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이며 유익한 사람,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 됩니다.”

포래스 교수는 무례함은 전염성이 있지만 다행히 정중함이 전파되는 힘도 그만큼 강하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친절, 배려, 존중의 가치가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 곳곳에서 정중함을 전파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신수정 DBR 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무례한 행동#공정서비스 관리#무례함의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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