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미, 연합훈련때 北 지도부 축출 및 주민 지원 훈련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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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프리덤쉴드 . 뉴시스
한국과 미국이 13~23일 시행하는 프리덤실드(Freedom Shield·자유의 방패) 연합훈련에서 기존에 실시한 ‘격퇴·방어’ 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한미 연합군의 ‘반격 및 북한 안정화 작전’부터 실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훈련은 역대 최장기간인 11일 연속으로 진행된다.

군 소식통은 3일 “이번 훈련은 북한의 선제 도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의 방어보다는 대북 전면전이 발생했을 때 연합 반격 작전의 수행 역량과 동계 기간 전술적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밝혔다. 특히 반격 이후 한미 연합군의 북한 수복 지역에 대한 안정 유지 및 관리,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 작전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안정화 작전은 한미 연합군이 개전 초 북한의 전면 도발을 막아내고 반격에 성공한 뒤 점령한 북한 지역의 치안 유지와 행정력 복원,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 등을 포괄하는 내용이다. 대남 전면 도발을 감행한 북한 지휘부 축출을 사실상 겨냥해 실시하는 훈련이란 의미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는 이번 훈련이 능동적으로 북한 도발에 맞서겠다는 한미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핵·미사일 협박을 노골화하는 북한 지휘부 및 체제를 정조준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는 앞서 미 공군의 최신예 특수전 항공기인  AC-130J(일명 고스트라이더) 건십(GunShip)을 처음 한반도에 전개하는 등 대북 참수 작전 성격의 ‘티크 나이프(Teak Knife)’ 연합 특수작전 훈련도 공개했다. 

기존 연합훈련은 1부는 격퇴와 방어, 2부는 반격 순으로 진행돼 왔다. 북한의 전면 도발에 맞서 서울 등 수도권을 방어하면서 미 본토와 주일 미군기지 등에서 미 증원전력이 한반도로 전개하면 연합전력이 함께 북진 반격을 벌이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연합훈련인 지난해 9월 을지프리덤실드(UFS)도 이 같은 수순으로 시행됐다.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27일 한미 연합 특수작전훈련 현장을 찾아 한미 특수전 장병들과 AC-130J 항공기 앞에서 ‘결전준비’ 의지를 다지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한미가 13일 시작되는 프리덤실드(FS) 연합연습에서 ‘방어’ 단계를 생략하고, ‘반격 및 북한 안정화작전’을 집중 실시하기로 한 것은 북한의 핵도발 등 대남 전면 공격 시 김정은 정권과 북한 체제가 생존할 수 없다는 강력한 경고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 지휘부가 핵위협을 앞세워 전면 도발을 할 경우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반격 작전에 나서 최단 기간 내에 전쟁을 끝내고, 수복 지역의 북한 주민을 지원하는 민사 작전(군이 민간을 상대로 벌이는 작전)으로 즉각 전환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6일부터 3월 1일 사이에 촬영하고 공개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03.02.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26일부터 3월 1일 사이에 촬영하고 공개한 사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3.03.02. [평양=AP/뉴시스]
군 소식통은 “북한 정권 및 북한군은 ‘적’이지만 3대 세습 독재 체제에서 고통받는 대다수 북한 주민은 지원 대상이라는 게 안정화 작전의 핵심 전제”라고 말했다. 또 한미 군 지휘관들은 반격 이후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와 반군 저지 등 북한 지역 내 군사작전의 성패가 북한 주민의 민심을 얼마나 얻는지에 달려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과거 연합훈련에도 북한 안정화 작전이 일부 포함됐지만 관련 내용이 공개되지 않거나 ‘로키’ 행보를 보였다”며 “훈련 전반에 걸쳐 안정화 작전이 다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도발은 정권과 체제의 자멸 행위라는 점을 북한에 각인시키는 한편 전임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 기조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대북 민사작전의 중요성에 한미 군 당국이 관심을 높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 이번 훈련 기간 대규모 야외기동훈련(FTX)도 병행된다. 한미 해군과 해병대의 사단급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을 비롯해 20여 개 실기동훈련이 진행된다.  문재인 정부 때 대북 유화 기조 속에 중단된 전구급 연합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이 5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특히 쌍룡훈련은 2018년을 끝으로 중단됐다가 5년 만에 여단급에서 사단급으로 규모를 키워 재개된다. 훈련 막바지엔 미 핵추진 항모 강습단도 참가해 연합 항모강습단 훈련과 한미일 미사일 경보훈련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리퍼(MQ-9) 무인공격기와 B-1B 전략폭격기가 3일 한반도 일대로 전개돼 서해와 중부 내륙 상공에서 우리 공군의 F-15K·KF-16전투기와 연합 공중훈련을 했다. 리퍼의 한반도 전개는 처음이다.

리퍼는 2020년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할 때 사용된 전력이다. B-1B의 한반도 전개는 올해 첫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대응 차원으로 지난달 19일 실시한 한미 연합 공중훈련 이후 12일 만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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