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핵 쓰면 위력 상관없이 정권종말”… 대남 전술핵에 경고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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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우산 제공-대북 보복 의지
한미, 美국방부서 확장억제 연습
30분내 北타격 핵잠기지도 방문
北 “美 적대 지속땐 선전포고 간주”

미국이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 및 우방에 대해 핵을 사용할 경우 그 위력과 상관없이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는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한 전략핵뿐만 아니라 미국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지 않는 대남(對南) 타격용 전술핵을 사용하더라도 핵우산을 가동해 전면 보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전략폭격기 등 맞춤화된 핵전력도 한반도에 지속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전술핵 투발수단인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도발 등을 재개한 북한을 향해 역내 긴장 수위를 높이지 말라고 강경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 韓 겨냥 전술핵 사용에도 美 핵우산 제공
한미 국방부는 22일(현지 시간) 워싱턴의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8차 확장억제수단(핵우산)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한 뒤 이런 내용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냈다. TTX(Table-Top exercise)는 핵 위협-핵사용 임박-핵사용 등 북한의 단계별 핵 도발 시나리오를 가정해 미국의 핵전력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한미 국방·외교 당국자들이 토의하는 훈련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된 이번 TTX 시나리오엔 최근 북한의 공세적 핵 정책과 핵능력 고도화 추세가 반영됐다. 한미는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응방안을 중점 논의했다”고 밝혔다.

공동보도문에 담긴 ‘북한 정권의 종말’ 표현은 미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 담긴 표현이다. 하지만 이번엔 “핵무기 위력과 상관없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정부 소식통은 “동맹이나 우방, 본토가 동시에 핵위협에 노출됐을 때 미국이 동맹에는 핵우산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공동보도문에 역내 핵 갈등 억제를 위해 전략폭격기, 이중목적 항공기(DCA), 핵무기 등을 “지속 전개할 핵전력들”로 명시했다. DCA는 재래식무기와 전술핵무기를 모두 운용할 수 있는 항공기다. F-35A 스텔스기, F-15E, F-16 등이 포함된다. 이번에 언급한 핵전력에 이들 항공기를 포함시킨 건 미 측이 그만큼 유연하게 수시로 핵전력을 전개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보도문에는 “미국이 운용 중인 핵잠수함 전력은 동맹국에 제공하는 미 확장억제의 핵심 수단”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 30분 이내 北 타격 가능 핵잠기지 첫 공동 방문

TTX 훈련 다음 날인 23일(현지 시간) 양국 국방·외교 핵심당국자들로 구성된 한미 대표단은 미 조지아주 킹스베이 기지에서 미국의 전략핵추진잠수함(SSBN) 훈련 시설을 함께 돌아봤다. 한미 대표단이 핵잠수함 기지를 공동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ICBM·전략폭격기와 함께 미국의 3대 핵전력으로 꼽히는 핵잠수함은 유사시 한반도 인근에 잠항해 있다가 북한 핵심 군사시설을 겨냥해 전술핵을 투발할 수 있다. 미 핵잠수함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든 30분 이내로 전술핵으로 북한 수뇌부를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이란 평가를 받는다.

美, 핵잠수함 내부 한국측에 공개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가운데 왼쪽)과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WMD 대응 
부차관보(가운데 오른쪽)를 비롯한 한미 대표단이 23일(현지 시간) 미 해군의 핵잠수함인 웨스트버지니아함을 방문했다. 한미 
대표단이 핵잠수함을 공동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제공
美, 핵잠수함 내부 한국측에 공개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가운데 왼쪽)과 리처드 존슨 미 국방부 핵·WMD 대응 부차관보(가운데 오른쪽)를 비롯한 한미 대표단이 23일(현지 시간) 미 해군의 핵잠수함인 웨스트버지니아함을 방문했다. 한미 대표단이 핵잠수함을 공동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제공
이날 미국은 웨스트버지니아 핵잠수함(SSBN-736) 선내도 이례적으로 한국 측에 공개했다. 이 핵잠수함은 W76-2 핵탄두를 장착한 트라이던트2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24발과 토마호크 미사일 150발 무장이 가능하다. 우리 군은 24일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4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 담화에서 “미국이 적대적이고 도발적인 관행을 계속 이어가면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한미의 핵우산 운용연습에 대해 “우리를 반대하는 핵전쟁 시연”이라고 맹비난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미국#북한#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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