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안철수 겨냥 “국정운영의 적”… 安 “대통령실 선거개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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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尹, ‘安 방해꾼’ 경고”
이진복 정무수석, 安 반발하자
“尹-安연대 잘못된 표현” 공개비판

당원대회서 손 잡은 安-金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이 5일 서울 동대문구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갑·을 당협 합동 
당원대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만남은 안 의원이 자신을 향한 대통령실의 비판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고 지적하자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나서 “그 말은 굉장히 잘못된 모순”이라고 반박한 가운데 이뤄졌다. 사진공동취재단
당원대회서 손 잡은 安-金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이 5일 서울 동대문구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갑·을 당협 합동 당원대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날 만남은 안 의원이 자신을 향한 대통령실의 비판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고 지적하자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나서 “그 말은 굉장히 잘못된 모순”이라고 반박한 가운데 이뤄졌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향해 “더 이상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며 공개 비판했다. 앞서 안 의원이 자신을 향한 일부 대통령실 참모의 공세에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하자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직접 나섰다. 집권 여당의 당권 경쟁에 대통령실까지 참전하면서 여권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5일 국회를 찾아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이 수석은 안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연대를 뜻하는 ‘윤-안 연대’ 표현을 쓴 데 대해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대통령과 (당권) 후보를 동격이라 얘기하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흔드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안 의원의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비판에 대해 “일부 후보가 대통령실 참모들을 간신배로 모는 것은 굉장히 부당한 이야기”라며 “대통령이 간신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 하고 국정을 운영하고 계시겠느냐”고 했다.

집권 여당의 전당대회에 대해 대통령 참모가 실명으로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성토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앞서 이날 오전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실체 없는 표현으로 이득 보려는 사람은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다. 정당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당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라는 익명을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해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뜻)’이 있다 없다는 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했다. 이후 3시간 만에 이 수석이 국회를 방문했다. 안 의원은 이 수석의 공개 성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윤심 논란은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 후보 간 정책 대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安 윤심팔이에 尹 격노”… 安 “정당 민주주의 훼손”

대통령실, 安 공개비판

“尹, 安 국정동반자로 생각안해”
대통령실, 거침없는 공격 쏟아내
安측 “대통령실 이해” 확전 자제
당내선 전당대회 개입 우려 시선





대통령실 최선임 수석인 이진복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웃기는 이야기” “굉장히 잘못된 모순” 등의 표현을 써가며 공개적으로 안철수 의원을 성토했다. 그간 공식적으로는 여당의 당권 경쟁에 거리를 둔다는 입장이었던 대통령실이 결국 안 의원을 향한 친윤(친윤석열) 진영의 공세에 동참한 것.

그러나 대통령실까지 전당대회 국면에 나서면서 여권 내에서는 “집권 이후 계속된 당의 혼돈을 수습하기 위한 전당대회가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尹, 安 윤심팔이에 격노”


대통령실이 강경 기조를 공개적으로 분출한 데는 그간 안 의원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반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대통령실 인사들도 이날 “윤 대통령이 안 의원의 ‘윤심팔이’에 격노했다” 등의 날 선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안 의원에 대해 실망했고, 국정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을 싫어한다”고 했다. 안 의원의 ‘윤-안 연대’ 발언에 대해 “안 의원이 과거에 했던 ‘문재인·박원순과의 연대’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단일화 협상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의 과정에서 안 의원이 협조적이지 않았다는 불만이 있었다”며 “여기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한 것을 두고 친윤 진영에서 ‘같은 당 사람이 맞느냐’는 반응이 있었다”고 전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안 의원에 대해 “대통령을 위한다고 하면서 뒤통수를 치는 게 너무 많았다”고 했다.

안 의원이 ‘윤핵관’을 비판한 것도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은 “‘윤핵관’이라는 표현을 누가 썼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썼나. 당원들끼리 그런 표현 하는 게 옳지 않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과 가깝게 소통하는 사람들을 간신 취급하는 것은 대통령을 무능하다고 욕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자기 힘으로 하지 자꾸 뒤에서 이상한 말을 한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 연대를 얘기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라고 격노했다”고 전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직접 안 의원에 대한 언급을 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여권 인사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대통령이 전당대회, 공천 등 여당의 일에 개입하는 건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을 2016년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총선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확전 자제 安 “‘윤핵관’ 표현 안 좋아해”


안 의원은 오후 이 수석의 작심 발언 이후 말을 아꼈다. 당원 투표 100%로 치러지는 이번 전당대회의 특성상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일 경우 ‘반윤(반윤석열)’으로 낙인찍혀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대통령실의 의견을 이해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이 수석의 비판 전 ‘윤-안 연대’ 발언에 대해 “(대통령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했으면 당연히 거기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윤핵관’ 표현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안 의원 캠프는 “친윤 인사들은 ‘윤심은 100% 김기현’ 등 발언을 노골적으로 하는 상황에서 너무 불공정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이례적인 대통령실의 공세에 한 여당 의원은 “대통령실이 뭐가 급해서 자꾸 뛰어드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나서 전당대회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건 언제부터 생긴 일이냐”고 했다. 반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려는 부적절한 시도를 차단하는 것이지 당무 개입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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