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트라우마 이기는 공감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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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곁에 우리가 있다면/채정호 지음/328쪽·1만8000원·생각속의집

“살아 있으면 살아집니다. 우리가 함께 서로의 곁을 지키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세계인이 집단 트라우마를 겪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후유증을 남긴 이태원 핼러윈 참사, 여전히 국민의 가슴에 상처로 남아 있는 세월호 참사….

서울성모병원 교수로, 대한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창립 회장인 저자는 다양한 사회적 재난과 진료 사례를 소개하며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그는 한국 사회가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와 감수성이 얼마나 부족한지 꼬집으면서 ‘피해자들이 손 내밀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트라우마(trauma)’의 고대 그리스어 어원은 ‘뚫리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구멍이 뚫릴 만큼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 우리는 트라우마를 입었다고 말한다. 특정 사건을 겪고 난 뒤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면 그것은 스트레스를 넘어 트라우마에 가깝다. 삶의 방향을 전환시킬 만큼 압도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은 ‘안전감의 상실’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가 번진 것은 감염될까 봐 불안한 마음에 사회적 고립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긴장 수준이 높아지면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63명을 2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병을 앓고 나서 만성 피로를 느꼈던 사람들은 자살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과 사회가 공감해주지 못하면 트라우마의 고통은 더욱 심화된다.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자들을 향해 “왜 이태원에 갔느냐”고 힐난하는 게 그 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가해진 댓글 폭력도 유족들의 상처를 헤집는다. 저자는 “혐오와 편견에 기인한 발언은 마음에 큰 화상을 입은 사람을 다시 불로 지지는 명백한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트라우마#공감의 힘#안전감의 상실#코로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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