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엔 추위속 문앞 놔둬 동사
윤희근 청장 “진심으로 죄송” 사과

1일 서울 동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후 8시 45분경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만취한 채 골목에 누워 있던 50대 남성 A 씨를 승합차가 밟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병원 이송 중 숨졌다.
사고에 앞서 “누군가 인도에 누워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은 오후 8시 10분경 현장에 도착해 인도에 누워 있던 A 씨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6분가량 현장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A 씨가 귀가를 거부하자 이들은 길 건너편 순찰차로 돌아갔다.
지난해 11월 30일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사실이 최근 뒤늦게 드러났다. 서울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은 이날 60대 남성 B 씨가 만취해 길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들은 이날 오전 1시 반경 B 씨를 강북구 수유동의 한 다세대 주택 대문 앞에 앉혀둔 채 돌아갔는데, B 씨는 약 6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당시는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져 한파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경찰의 대응 미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윤 청장은 이날 동대문경찰서와 강북경찰서를 방문한 뒤 “취객 조치 과정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고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원통해하시는 가족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일부 경찰서는 내부적으로 취객 귀가와 관련한 지침을 하달했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집에 가족이 있다면 가족에게 인계해주고, 없다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경찰들은 “경찰이 남의 집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서 눕혀주라는 말인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