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출동 경찰이 방치한 취객, 車에 치여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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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누운 취객 귀가 거부에 돌아가
작년 11월엔 추위속 문앞 놔둬 동사
윤희근 청장 “진심으로 죄송” 사과

(MBC뉴스투데이)
(MBC뉴스투데이)
경찰이 취객을 방치해 숨지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1일 서울 동대문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후 8시 45분경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만취한 채 골목에 누워 있던 50대 남성 A 씨를 승합차가 밟고 지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는 병원 이송 중 숨졌다.

사고에 앞서 “누군가 인도에 누워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2명은 오후 8시 10분경 현장에 도착해 인도에 누워 있던 A 씨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6분가량 현장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A 씨가 귀가를 거부하자 이들은 길 건너편 순찰차로 돌아갔다.

약 30분 후 A 씨는 인도에서 골목으로 자리를 옮겨 누워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경찰들은 자체 조사에서 “차 안에서 A 씨를 지켜봤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골목으로 이동해 사고가 난 것은 못 봤다고 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감찰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30일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사실이 최근 뒤늦게 드러났다. 서울 강북경찰서 미아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은 이날 60대 남성 B 씨가 만취해 길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경찰들은 이날 오전 1시 반경 B 씨를 강북구 수유동의 한 다세대 주택 대문 앞에 앉혀둔 채 돌아갔는데, B 씨는 약 6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당시는 서울의 최저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져 한파경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경찰의 대응 미비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윤 청장은 이날 동대문경찰서와 강북경찰서를 방문한 뒤 “취객 조치 과정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고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원통해하시는 가족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또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일부 경찰서는 내부적으로 취객 귀가와 관련한 지침을 하달했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집에 가족이 있다면 가족에게 인계해주고, 없다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경찰들은 “경찰이 남의 집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서 눕혀주라는 말인가”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경찰#취객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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