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상민·윤희근 서면조사도 안한 警, 유족 납득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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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가 어제 마무리됐다. 특수본은 출범 이후 73일 동안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6명을 구속하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1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특수본은 “각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돼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총체적 부실이 빚은 인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특수본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당초 특수본이 출범했을 때부터 ‘경찰이 행안부 장관과 경찰 수뇌부를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었다. 이에 특수본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행안부를 압수수색하면서도 장관 집무실은 제외하는 등 눈치를 살폈고 직접 조사는 일절 없었다. 윤 청장에 대해서도 집무실과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을 뿐 역시 소환 조사 한번 없이 내사 종결했다.

이 장관은 참사 직후 “경찰이나 소방 인력 문제가 아니었다” 등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윤 청장은 참사 당시 충북 제천의 캠핑장에서 술을 마신 채 잠들어 있었다. 부적절한 발언이나 행적의 문제를 떠나 두 사람은 재난 안전 업무의 최고 책임자들이다. 그런데도 특수본은 “구체적인 주의 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면죄부를 줬다. 이런 논리라면 총괄 컨트롤타워의 면책 범위는 한없이 넓어지고, 일선 기관과 실무자들만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걸 누가 수긍할 수 있겠나.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유족들은 “진상 규명만큼 큰 치유는 없다”고 호소한다. 부적절한 상황 판단, 사고 후 늑장 조치, 유관 기관 협조 부실 등 복합적인 문제들이 얽혀 있다. 검찰은 처음부터 다시 수사한다는 자세로 증거를 모으고 법리를 재검토해 윗선의 책임을 명백히 가려내야 한다. 나아가 법적 책임 유무와 별개로 이 장관 등에 대한 정무적 책임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무혐의 처분#진상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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