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들도 삼성전자 주식에 물렸을까? [서영빈의 데이터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9일 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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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범람의 시대. 우리가 하루 중 보고 듣고 읽는 거의 모든 것들이 디지털 데이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온라인 세상 곳곳에 숨겨진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해 우리 사회의 이모저모를 보여드립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69% 감소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주력인 반도체 산업이 부진했던 게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어려웠던 반도체 경기만큼 삼성전자 주가도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TV와 PC 수요가 늘고,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2021년 1월 삼성전자 주가는 9만6800원까지 치솟았었죠. 그런데 2022년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하고 금리가 인상되면서 주가는 뚝뚝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고점의 절반 수준인 5만18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2021년 상승장 속에서 삼성전자 주식을 있는 힘껏 주워 담았던 ‘동학개미’ 투자자들은 1년 만에 허탈함과 배신감에 휩싸였습니다. ‘앞으로 오르기만 할거라더니‘, ’삼성전자만 믿으라더니‘…가격이 뚝뚝 떨어질 때마다 “지금이 바로 저점 매수의 기회”라며 바람을 잡던 유명 애널리스트들도 개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습니다. 종목토론 방에는 “순진한 개미만 또 낚였다”라는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 삼성전자, 나만 물렸나?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평범한 개미말고 고위공직자들은 어땠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삼성전자에 물렸을까? 분야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위공직자들은 정책 개발을 위해 경제의 거시적·미시적 흐름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보고받고을 텐데요. 그렇다면 2022년쯤 금리가 오르고, 반도체 경기가 악화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빠질 거라는 걸 조금 더 빨리 눈치채지 않았을까요.

엉뚱해 보일 수 있지만 솔직히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현 정부 고위공직자 338명의 재산 공개 내역(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공고 제2022-9호와 제2022-10호 4권)을 살펴봤습니다. 이 내역은 윤석열 정부가 행정부를 꾸린 직후인 8, 9월에 공개된 것으로,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의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사항이 담겨 있습니다. 다만 통상 공개일의 3개월 전 시점을 기준으로 하니 실제로는 5, 6월 재산내역인 것이죠.

우선 윤석열 정부의 고위공직자 가족 338가구 중 114가구(33.7%)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했던 것으로 나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저점으로 추락하던 때 고위공직자 가구 3가구 중 1가구는 이 주식을 쥐고 있던 셈이니, 체감상 개미투자자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개인 고객 계좌 265만 개 중 삼성전자 주식이 담긴 계좌는 98만개로 약 37% 입니다. 고위공직자들과 비슷한 수준이네요.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들도 삼성전자에 물렸을 것으로 보이네요. 문재인 정부가 임기 종료 직전인 지난해 4월 공개한 대통령 비서실과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366명(공고 제 2022-4호 별권 1권, 4권)의 재산내역을 보면, 366가구 중 100가구(27.3%)가 삼성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준 시점인 1월에는 삼성전자 주식이 고점의 4분의 3 수준인 7만 원대까지 내린 시기였습니다. 이때라도 서둘러 손절을 했다면 손해를 줄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문재인 정부 때 고위공직자와 개미투자자는 상당수가 이 난폭한 하락장 속에서도 하릴없이 삼성전자 주식을 손에 쥐고 있는 것 같네요. 개미투자자에게 다소 위안(?)이 되는 부분입니다.



● 똑똑한 부동산 투자…1가구당 부동산 3개

다만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자산을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지난해까지 집값이 껑충 뛰어올랐는데요. 최근 집값이 내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1~2년 사이 갑자기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목표가 되어버린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때 미리 사놓을 걸” 하며 후회하는 중입니다. 반면 고위공직자들은 주식 투자와 달리 이 부분에서만큼은 남다른 판단력(?)을 발휘한 것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 338명이 보유한 건물자산(주택, 상가 등)은 총 1045개로, 평균 1가구당 3개씩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 위치한 주택은 270개로, 고위공직자 1가구당 평균 0.8개의 강남3구 건물자산을 보유했습니다.

다주택자 규제에 힘을 실었던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고위공직자 366가구는 총 1184개의 건물자산(1가구 평균 3.23개)을 보유했습니다. 강남3구 건물은 309개로, 1가구당 평균 0.84개꼴로 보유했습니다. 전현 정부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 자가용은 아직 그랜저…제네시스 증가

내친김에 고위공직자들이 즐겨 모는 차종도 알아봤습니다. 역시 한국인답게 그랜저가 최선호 차종입니다. 윤석열 정부 고위공직자 338명이 보유(본인 소유 기준)한 자동차 681대 중 그랜저가 8.1%로 가장 많았고, 문재인 정부 366명이 보유한 696대 중에서도 그랜저가 9.3%로 가장 많았습니다.

2위는 제네시스가 차지했네요. 윤석열 정부 때는 7.6%, 문재인 정부 때는 7.1%였습니다. 이후 순위는 소나타, 산타페, 아반떼 등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의외로 두 정부 모두 수입차종은 순위권에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일반 시민들과의 차이는 2위 차종 자리에 제네시스가 오르느냐, 아반떼가 오르느냐인 것 같네요. 자동차 통계정보 미디어인 카이즈유(CARISYOU)가 2012~2021년 승용차 국산 차량모델 신차등록대수를 집계한 것을 보면 국민들의 최선호 차종은 그랜저(10년 누적 101만대), 아반떼(88만대), 쏘나타(87만대) 순이었고 제네시스는 10위권 안에 없었습니다.

물론 재산 공개 내역 만으로 국내 고위공직자의 모습을 모두 정의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변화하는지 꼼꼼히 살펴본다면 분명히 여러 시사점을 줄 것입니다. 앞으로 재산 공개가 이뤄질 때마다 이 코너를 통해 꼬박꼬박 분석해 드리겠습니다.



서영빈 기자 suhcrat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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