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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울산 ‘불법 사육’ 곰 3마리, 60대 주인 부부 습격 참변

입력 2022-12-10 03:00업데이트 2022-12-1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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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한 2마리 포함해 모두 사살
환경청 “평소 취미로 곰 키운다 해”
작년에도 1마리 탈출했다 포획
몰수-보호시설 없어 벌금만 부과
8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반달가슴곰 사육장 철제문이 열려 있는 모습. 울주군 제공8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의 한 반달가슴곰 사육장 철제문이 열려 있는 모습. 울주군 제공
울산의 한 반달가슴곰 사육 농장에서 곰 3마리가 주인인 60대 부부를 습격해 부부가 모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농장에선 지난해에도 곰 1마리가 탈출했다 포획됐는데,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곰을 사육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 곰 3마리가 주인 부부 습격
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8일 오후 9시 37분경 울산 울주군 범서읍에서 곰을 사육하는 농장주 부부의 딸이 “몇 시간째 부모님과 연락이 안 된다”고 119에 신고했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사육장 앞에서 온몸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부부를 발견했다.

경찰은 사육장 문이 열려 있고, 곰 3마리 중 2마리가 사육장을 탈출해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엽사 2명을 불러 이날 오후 11시 33분경 3마리를 모두 사살했다.

경찰은 부부의 사인이 과다 출혈에 따른 쇼크사인 점, 팔과 다리는 물론이고 머리까지 심하게 다친 점 등을 근거로 곰 3마리가 한꺼번에 부부를 공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는 데다 목격자도 없어 사건 당시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검안과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토대로 추정하면 8일 오후 3시 반경 숨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부가 먹이를 주기 위해 사육장 안으로 들어갔다가 곰의 공격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동물 행동 전문가 등을 통해 곰이 왜 공격했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조사 결과 부부는 2018년 7월부터 암컷 2마리와 수컷 2마리 등 곰 4마리를 경기 용인의 한 농장에서 구입해 사육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한 마리는 두 달 전 병에 걸려 죽었고, 지난해 5월에도 이 농장에서 곰 1마리가 탈출했다 포획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에는 탈출 직후 바로 포획해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고 한다.
○ 보호시설 없어 불법 사육 곰 방치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을 사육하려면 일정한 시설을 갖춰 환경부에 등록해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농가 22곳에서 319마리를 기르고 있다. 그러나 이 농장은 미등록 불법 사육장이었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이런 사실을 적발해 용인 농장으로 곰을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농장주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2020년 7월과 올해 9월 두 차례 고발했고, 각각 3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벌금 선고 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곰 몰수 등의 처분을 내리지 않았다. 곰을 몰수하더라도 보호할 시설이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6년부터 경제적인 목적으로 곰을 기르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는 ‘곰 사육 종식’을 올해 1월 선언했는데, 몰수한 곰을 보호할 시설은 2024년 전남 구례군에 완공된다. 현재로선 불법으로 곰을 사육하는 농장을 적발하더라도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농장주가 ‘취미로 곰을 키운다’는 말을 자주 했다”며 “쓸개즙이나 고기를 채취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아 벌금만 선고됐고, 곰은 농장에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곰 사육 농가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9일 밝혔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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