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론/강성훈]오락가락 공시가격, 무엇이 문제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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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세와 실거래가 괴리 커져 공시가 형평 논란
고가뿐 아니라 저가 주택서도 평가 논란 커져
적정 공시가 현실화율 유지해, 신뢰 회복해야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
보유세를 내는 것보다 더 싫은 것이 내 이웃보다 더 많은 보유세를 내는 것이다. 보유세는 다른 세목과 달리 추정된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표준이 결정된다. 따라서 공시가격의 공평한 평가는 세 부담의 형평성 관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공시가격은 시세의 일정한 비율로 평가되며, 이는 소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라고 불린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목표는 관련 법 취지를 고려해 적정 수준의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되, 공시가격 추정오차 등을 감안하여 세워졌다. 하지만 시세와 실거래가의 차이로 인해 공시가격 평가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목표에 대한 재조정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시세는 실거래가를 토대로 추정하지만, 일반적으로 시세의 변동성은 실거래가의 경우보다 작다. 그 이유는 시세는 부동산 시장 전체의 흐름을 전반적으로 보여주지만, 실거래가처럼 특정 시점의 집값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시가격은 시세를 기준으로 추정되지만, 사람들은 대체로 시세가 아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현재 집값을 인식한다. 따라서 시세와 실거래가의 차이가 크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을수록 사람들은 공시가격 평가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더 심각하게 느끼게 된다.

이런 현상은 주택가격 하락 시기에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2022년 11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발표한 송경호 부연구위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목표 달성 시 주택가격 하락 시기에 공시가의 실거래가 역전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주택에 대해서도 공시가격을 추정해야 하므로 실거래가보다 시세가 공시가격 추정 기준으로 더 적합할 수 있다.

하지만 시세와 실거래가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공시가격 추정오차를 고려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가 지나치게 높지 않도록 설정하고 실거래가를 토대로 시세를 좀 더 정확하게 추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 및 정확한 시세 추정은 주택가격 평가에 대한 근본적인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주택에 대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일정하게 적용해야 한다. 즉, 주택가격에 상관없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일정하도록 평가하고, 유사한 주택가격에 대해서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표준편차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정책이 시행되어야 한다.

송경호 부연구위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거 저가 공동주택에 대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표준편차가 높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정도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2022년 기준 분석 결과를 보면 시세 8억 원 이상에서 주택가격이 증가할수록 공시가격은 시세 대비 고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표준주택의 경우 저가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표준편차가 크게 나타나, 공시가격이 시세 대비 고평가 또는 저평가되는 사례가 고가주택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형평성 관점에서 공시가격이 시세 대비 고평가 또는 저평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공시가격을 시세 대비 고평가하는 것은 보유세 부담을 좀 더 누진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그 타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누진적 세 부담을 위해 공시가격 평가체계를 누진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는 보유세 과세 체계의 누진성을 강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시세 및 공시가격 자료를 통해 나타난 공시가격 현실화율 분포를 살펴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시가격 평가가 형평성 관점에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고가주택에 대한 시세 대비 고평가 문제, 저가 표준주택에 대한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편차 문제 등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공시가격 평가는 공평하게 이뤄져야 한다. 공시가격이 시세 대비 저평가되거나 고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시세와 실거래가의 차이를 인정하더라도 지나친 괴리는 공시가격을 정확하고 공평하게 평가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실거래가를 토대로 시세를 좀 더 정확하게 추정하고, 이를 토대로 모든 주택에 대해 적정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공시가격 평가에 대한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


#공시가격#형평 논란#신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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