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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징용 문제 해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 [동아시론/이원덕]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입력 2022-12-03 03:00업데이트 2022-12-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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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韓日정상회담 이후 해법 논의 급물살
배상 기금 마련, 日가해기업 참여가 핵심 요소
피해자 동의·이해 없는 해결책, 사상누각 될 뿐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징용문제 해결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11월 13일 프놈펜 한일 정상회담 이후 정부는 “두 정상이 징용문제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양국의 실무진 사이에 징용자 해법이 좁혀지고 있으며 양 정상이 이를 풀기 위해 의기투합했다”고 밝혔다. 우선 징용문제 해결을 관계개선의 선결 과제로 주장하며 극구 만남을 회피해 왔던 일본이 정상회담에 응했다는 것 자체가 유의미한 시그널로 읽힌다. 한국이 제시한 해결 방안에 일본이 긍정적으로 호응하고 있는 듯한 반응도 감지된다. 더욱이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고위급 대화와 소통 기회가 부쩍 늘어난 점도 양국 간 기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국내적으로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민관위원회를 가동하는 한편, 외교장관이 피해자를 직접 방문하는 등 여론 환기 작업에도 열심이다.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추진하는 징용 해법은 ‘병존적 채무 인수’ 방안으로 좁혀지고 있는 듯하다. 이는 2014년에 징용 피해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이하 재단)’이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받아 대법원 판결의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을 대신하여 배상금을 대납하는 방식이다. 외교부는 이 방안을 징용 해법의 골간으로 하여 일본 측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방식에 따르면 채권자의 동의 없이도 채무자 간의 합의로 대위변제가 가능하다는 법리 해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채권자인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채무자인 일본 기업과 재단의 협의로 채무를 인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이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채권자인 피해자가 가해자와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회사의 합의하에 채무를 인수하는 경우가 병존적 채무 인수의 전형적 사례이다. 그러나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에 대한 채권-채무 관계와 교통사고는 완전히 차원을 달리하는 사안이다. 실제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채무자인 일본 기업의 참여와 사죄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어떤 방식의 해결책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자세이다.

재단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될 경우, 재원 마련은 포스코,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를 필두로 하는 1965년 협정 시 청구권 자금의 수혜 기업이 중심 역할을 담당하되 기타 양국의 관련 기업과 뜻있는 양 국민의 성금에 문호를 열어놓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해결 대상의 범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필자는 현재 소송 중인 1000여 명 가운데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로 대위변제의 대상을 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민법상 법적 시효가 3년을 경과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의 추가적 소송 제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1974년 입법과 2008년 노무현 정부의 특별법을 통해, 약 21만 명으로 추정되는 징병, 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 조치를 취한 바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65년 청구권협정에 의해 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을 보았으므로 일본 정부나 기업이 대법원 판결에 따른 어떠한 배상 요구에도 절대 응할 수 없다는 강경 자세를 일관되게 취하고 있다. 일본의 해당 기업도 일본 정부의 이러한 강경한 자세에 조응하면서 배상을 전제로 한 일체의 협의조차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기본 입장은 집권 자민당 내의 기류 및 일본 내 여론으로부터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당 기업이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에 응할 경우, 경영자는 주주총회에서 배임 혐의로 법적인 추궁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징용문제 해법이 불완전연소로 끝나지 않고 자기 완결적 해법이 되기 위해서는 향후 재단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 갈 기금의 큰 그릇에, 해당 일본 기업이 참여할 것인지 여부가 핵심적 요소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정부가 제시한 재단 중심의 대위변제안에 대해 피해자들의 일정한 동의와 이해를 구하지 못한 채, 해결책이 강구된다면 사상누각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럴 경우, 징용 해법 또한 2015년 위안부 합의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일본 기업의 참여와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는 일에 마지막까지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결여할 경우, 완전한 해결책은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급할수록 더욱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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