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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보물[내가 만난 名문장/신민재]

신민재 건축가
입력 2022-12-05 03:00업데이트 2022-12-05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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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재 건축가신민재 건축가
“잠깐! 지금 당신은 무언가를 놓쳤다. 당신은 현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 대부분을 놓치고 있다. 당신의 몸 안에서, 아득히 멀리서, 또는 코앞에서 펼쳐지는 사건들까지도 말이다. 우리는 보지만, 제대로 보지 못한다.”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관찰의 인문학(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세상을 보는 법)’ 중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개의 사생활’의 작가이기도 한 저자는 뉴욕에 살면서 집 앞 길을 다양한 사람과 산책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와 산책한 지질학자, 타이포그래퍼, 일러스트레이터, 곤충학자, 야생동물 연구가, 도시사회학자, 의사 그리고 시각장애인은 특징 없는 일상적인 거리에서 각각 전혀 다른 세상을 보며 걷는 방법을 보여준다.

지질학자는 건물과 거리의 마감 석재에서 고생대의 암석을 발견하고 지구 생성 과정을 떠올린다. 타이포그래퍼는 수많은 간판에 사용된 서체와 디자인에 흥미를 보이는 한편 곤충학자는 보행로 한편의 잔디밭에서 발견한 생물로 환경오염과 날씨의 변화를 읽어낸다. 야생동물 연구가는 센트럴파크의 생태계, 의사는 공중위생을 이야기한다.

덕분에 경복궁 옆 서촌을 거니는 나의 산책도 풍부해졌다. 이제는 도롱뇽과 가재 그리고 매미를 시기에 맞춰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시기별 건축 재료의 변화와 작업자의 숙련 정도를 구분하며 나만의 건축 박물관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되었다. 10년 넘게 산책한 길이 매번 새롭고 흥미로운 일상의 보물 창고로 변했다.

출퇴근길은 지루하고 집 앞은 따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늘만큼은 이어폰과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고 오감에 집중하며 천천히 걸어보자. 나만의 시선으로 찬찬히 익숙한 풍경을 둘러보면 귀갓길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목소리를 귀를 열어 듣고 얼굴 표정 하나하나를 찬찬히 살펴보자. 소중한 보물은 바로 우리 앞에 있다.





신민재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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