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 년 전 딩이라는 강아지를 키웠다. 몸이 약한 강아지였다. 입원했던 딩이를 병원에서 데려오던 날 엄마와 나는 딩이가 죽을 걸 예감했다. 울다 잠든 나와 달리 밤새 깨어 있던 엄마는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직전 부엌과 내 방 앞, 현관 앞으로 비틀비틀 걸어가 한 번씩 머리를 내려놓는 걸 지켜보았다. 전부 딩이가 좋아하던 자리였다. 부엌에서 슬리퍼를 질겅이고, 내 방 앞에서 발라당 누워 있거나 현관 앞을 맴돌던 어린 강아지.
지금 엄마 집엔 호두라는 강아지가 왔다. 다시는 산 동물을 데려오지 않겠다던 다짐이 무색하게 우리는 호두를 단숨에 사랑하게 됐다. 다만 종종 과거가 현재를 기습한다. 복슬한 몸으로 온 집 안을 헤집는 호두를 보고 있자면 언젠가 딩이도 그랬던 게 불쑥 떠오르고, 그럼 뭉근히 끓이던 오일을 마신 것마냥 명치가 뜨끈해진다.
딩이 덕에 나는 언젠가의 기쁨과 그리움, 슬픔이 그런 식으로 꾸준히 반복된다는 걸 눈치 챈다.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일은 식지 않는 명치를 갖는 일이라는 듯이. 그건 불에 덴 듯 아프지만, 호두를 껴안으며 거기 분명 슬픔 이상의 무언가가 있고 또 이어진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요즘 에덜먼의 문장을 자주 꺼내본다. 이런 게 사우다지려나, 하고.
임지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