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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꿈 가진 아이’가 긍정적 발달지수 더 높다

입력 2022-12-01 03:00업데이트 2022-12-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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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한국 미래세대 꿈 실태조사’
“구체적인 꿈 있다” 非빈곤층 58%
빈곤층은 40%에 그쳐 크게 대비… 경제적 어려움-정보 부족이 원인
꿈이 있다고 답한 빈곤층 아이들, 자아존중감-행복지수는 더 높아
“빵 만드는 걸 좋아해서 파티시에(제과제빵사)가 꿈인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요즘은 유학 다녀온 파티시에가 많아서….”

인천에 사는 고등학생 A 양(18)은 ‘꿈’을 묻는 질문에 말끝을 흐렸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부모님 지원을 바라기 어렵고, 곧바로 돈벌이가 되는 일을 선택해야 할 것 같아서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꿈은 어떤 의미일까. 꿈을 가지는 것은 취약계층 아동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국제구호개발 비영리기구(NGO) 월드비전은 올해 5, 6월 전국의 11∼24세 아동·청소년 및 청년 2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미래세대 꿈 실태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2017년, 2019년에 이어 올해가 3번째 조사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2011명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정형편이 어렵다’고 답한 빈곤층 366명(18.2%)과 그렇지 않은 비(非)빈곤층 1645명(81.8%)으로 구성됐다.
○ 가정 형편에 비례하는 꿈의 크기
조사 결과 아동·청소년들이 분명하고 구체적인 꿈을 가지는 비율은 가정 형편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꿈이 있느냐’는 질문에 비빈곤층 응답자 58.0%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빈곤층 응답자는 절반이 되지 않는 40.0%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꿈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비빈곤층 응답자는 5.0%에 그쳤으나 빈곤층 응답자는 14.0%로 3배에 가까웠다.

꿈이 있는 경우라도 ‘꿈에 따라 살고 있는가’라고 묻자 빈곤층 아동·청소년은 절반 수준인 52.2%만 그렇다고 답했다. 비빈곤층 아동·청소년에선 이 비율이 68.9%까지 올랐다. 또 ‘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비빈곤층 응답자는 87.0%였으나 빈곤층은 이보다 낮은 70.8%에 그쳤다.

이 같은 차이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부담과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한 정보 부족 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학생들은 심층 조사에서 ‘꿈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묻는 질문에 “아르바이트 안 하고 공부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에게 돈 달라고 하기 미안하다”거나 “주변에 롤 모델로 삼거나 정보를 줄 사람이 없다. 인터넷도 한계가 있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지혜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빈곤층 아동·청소년들에게 단순한 물질 지원뿐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 등의 정보를 주거나 심리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꿈이 있으면 바르게 큰다
가정환경은 아동·청소년 및 청년들의 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모든 미래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조사 결과 빈곤이나 가정폭력, 학대 등 부정적인 생애 경험을 한 아동·청소년이라도 명확하고 구체적인 꿈이 있으면 오히려 평범한 가정에서 꿈이 없이 자라난 아이보다 긍정적인 발달을 보였다.



월드비전은 학생들의 행복지수 등 심리 상태를 각각 4점 만점으로 지수화했다. 응답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변할 때는 0점, ‘매우 그렇다’일 때는 4점을 주는 식이다. 꿈이 있는 빈곤층 학생은 행복지수가 3.11점으로 꿈이 없는 비빈곤층 학생의 2.88점보다 높았다. 이는 자아존중감(3.10점 대비 2.80점), 학교생활 적응(3.19점 대비 2.89점). 진로 준비 정도(3.05점 대비 2.67점) 등 거의 대부분의 심리 상태에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이런 결과는 비단 올해 조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2017년, 2019년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김순이 월드비전 국내사업본부장은 “월드비전은 2009년 아동·청소년의 꿈 관련 연구 조사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10여 년에 걸쳐 관련 연구를 이어오는 유일한 기관”이라며 “지난 연구를 통해 아동이 꿈을 가지는 것이 희망을 가지고 빈곤을 극복하는 가장 큰 힘이자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맞춤형 꿈 지원 사업도 진행
월드비전은 꿈 관련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11년부터 ‘꿈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는 전국 19개 월드비전 지역사업본부와 149개 지역 복지관 및 지역아동센터가 협력해 ‘꿈꾸는 아이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아동·청소년들에게 현재 꿈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꿈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꿈 디자이너’ 사업을 한다. 꿈을 가진 아이들은 이를 제대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꿈 날개클럽’으로 나누는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꿈 디자이너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적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자아 탐색, 비전 원정대, 캠프 프로그램이 지원되고 전문가 코칭에 따라 자기성장계획을 작성한다. 꿈 날개 클럽은 장래희망 등을 5개 분야로 구분해 중학교 1학년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 전문가 멘토링과 자기 개발 등을 지원한다.

월드비전은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박물관 2층 국회체험관에서 ‘뉴노멀 시대, 우리는 아동을 꿈꾸게 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한국미래세대 꿈 실태조사 정책 포럼을 연다. 이번 포럼에서는 꿈 관련 연구 결과의 의미를 공유하고, 아동 꿈 지원 정책 필요성 등을 짚는다. 이번 포럼은 월드비전 ‘꿈아이TV’ 채널에서 생중계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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