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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중동 화약고’서 온 래퍼, DMZ서 ‘평화의 랩’

입력 2022-10-04 03:00업데이트 2022-10-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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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여성 래퍼 마키마쿡
철원 ‘DMZ 뮤직 페스티벌’서 공연
“자유로운 왕래 ‘국경 없는 세상’ 꿈꿔
내 음악이 장벽 허무는 데 도움 되길”
강원 철원에서 1일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에서 노래하는 팔레스타인 힙합 뮤지션 마키마쿡. 그는 “팔레스타인에서는 테러 등 치안이 불안해 페스티벌이 거의 열리지 않는다”며 “음악은 내게 숨 쉴 공간이며 치유의 과정”이라고 했다.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제공
“제 꿈은 ‘국경 없는 세상’이에요. 지구에 있는 모든 나라의 국경이 사라지는 걸 상상해 봐요.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누구에게나 정의와 인권이 보장되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제 음악이 사람들의 장벽을 허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소망합니다.”

팔레스타인 여성 래퍼이자 힙합 뮤지션인 마키마쿡(본명 마즈달 니짐·34)이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그는 “첫 한국 공연에 무척 설레지만 팔레스타인에 사는 가족과 친구들은 이런 편안함을 느끼기 쉽지 않다”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방한 다음 날인 1일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강원 철원에서 열린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팔레스타인에서 힙합과 일렉트로닉 장르를 하는 여성 뮤지션은 매우 드뭅니다. 보수적인 분위기 탓에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보니 쉽지가 않죠. 하지만 저는 한 번도 기죽지 않고 길거리나 식당, 클럽 등에서 공연을 이어왔어요.”

마키마쿡이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18년. 세계적인 음악·공연 플랫폼인 ‘보일러룸’이 팔레스타인의 젊은 뮤지션들을 조명했고, 여기에 그도 포함됐다. 마키마쿡은 팔레스타인 임시행정수도 라말라에 주로 머물러 그나마 안전한 편이지만, 음악엔 ‘중동의 화약고’라 불리는 팔레스타인에 사는 이들의 불안이 짙게 깔려 있다.

“팔레스타인 뮤지션들은 사정상 해외 공연을 다니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외에 우리 음악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죠. 팔레스타인 음악에는 독특한 정체성이 있어요. 웬만한 건 다 금기다 보니 직설적 표현을 쓰면 안 되는 게 많아요. 이 때문에 가사는 중의적이거나 은유적인 게 많죠. 그게 ‘라말라 힙합’의 매력이 됐어요.”

마키마쿡은 20대 초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이번 방한에 기대가 컸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를 본 뒤 쭉 한국에 흥미를 가졌다. 출국하기에 앞서 일주일 동안 한국에서 가고 싶은 관광지들도 정리해 왔다”며 웃었다.

“부모님이나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만 해도 요르단과 시리아, 팔레스타인, 레바논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죠. 내전과 갈등이 끊이지 않으니 미래는 언제나 불안하고요. 그렇다 보니 팔레스타인 청년들은 ‘공포’에 휩싸여 지낼 때가 많습니다. 그런 것에 붙들리고 싶지 않아 음악을 하는 거예요.”

인천=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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