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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대우조선 매각에 ‘노조 리스크’… 금속노조 “졸속-특혜” 반발

입력 2022-09-28 03:00업데이트 2022-09-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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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인수과정땐 고용승계 요구… 이번엔 “조선업 경험없어” 어깃장
한화, 2008년 인수추진 당시에도 노조 반대 부딪혀 정밀실사 못해
노조, 쟁의 찬반투표에 매각 연계… 재계 “인수 차질땐 나쁜 선례될것”
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가 27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DB산업은행이 한화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기로 한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윤장혁 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발하고 나섰다. 매각 과정에서 노조를 배제시켰다는 이유에서다. 특정 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주장도 내놨다. 향후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속노조는 27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한화그룹으로의 졸속, 특혜 매각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날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조)가 “노조와 상의 없이 매각을 결정한 건 폭거”라는 성명을 내놓은 데 이어 상급노조인 금속노조도 전면에 나선 것이다. 금속노조는 “윤석열 정권의 조선산업 전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는데 대우조선부터 매각한다고 서두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현 정부를 겨냥했다.

금속노조는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려면 51일간 독을 불법 점거했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에 대한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그동안 회사를 동종업계나 해외 및 투기자본에 매각하거나 분리 매각하는 것에 반대해 왔다. 매각 과정에서 고용 승계를 보장받는 것은 물론이고 M&A 이후 예상되는 인력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의도다. 2019년 현대중공업이 인수하기로 했을 때 노조가 격렬히 반대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화가 조선산업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 경영 능력이 의심된다”는 이유를 내세워 노조 논리가 이율배반적이란 비판이 나온다.

크게보기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전략적 투자유치 절차 개시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KDB산업은행은 “모든 대기업과 접촉한 결과 한화그룹의 인수 의사를 확인했다”고 했다. 사실상 한화 외에는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화그룹은 전날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노사 관계도 구축할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노조의 강력한 반대는 M&A 과정에서 인수자 측에 적잖은 부담을 줄 수 있다. 한화그룹은 2008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할 당시에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정밀실사를 하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2018년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호반건설은 노조의 강력한 반대 등을 이유로 인수 의사를 접었다.

대우조선의 경우 국내 대기업 중에서도 노조 리스크가 큰 기업으로 꼽힌다. 당장 올해 하청지회 파업으로 수천억 원대 매출액 피해를 입었다. 당시 정규직 노조가 하청지회 파업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금속노조 탈퇴를 추진했다 실패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속노조가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에 대한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번 M&A 반대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29, 30일 예정됐던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관련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매각 문제와도 연계시켜 처리하기로 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노조는 줄곧 회사 매각 시 고용 승계 등을 보장하라고 요구해 왔다”며 “M&A 이슈가 발생한 만큼 노조의 대응 수위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 건마저 차질을 빚는다면 강성 노조로 인한 경영활동 제동이라는 또 하나의 나쁜 선례를 남길 것”이라며 “이는 해외 투자 유치까지 막아 조선업은 물론이고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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