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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日소도시 예산 12%가 ‘고향 기부금’… 일자리-육아센터 늘렸다

입력 2022-08-19 03:00업데이트 2022-08-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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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A Farm Show-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
〈4〉日 ‘고향 기부금’ 현장 가보니
‘고향 기부금’ 들여 만든 도서관 일본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시가 고향 기부금 등으로 폐업한 백화점 건물과 용지를 매입해 새롭게 단장한 시립 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미야코노조시는 예산에 고향 기부금을 더해 도서관뿐만 아니라 육아센터 같은 공공시설을 세웠다. 미야코노조=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내년 1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고향사랑 기부제가 도입된다. 일본의 ‘후루사토 납세(ふるさと納稅)’를 모델로 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지 외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답례품과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다. 악화된 지방 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국내 시행 5개월을 앞두고 일본 미야자키(宮崎)현 미야코노조(都城)시를 찾아 제도가 활용되는 현장을 살펴봤다. 》









“고향 기부금 제도가 기회가 될 것 같아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이런 계기가 없으면 지방 소도시에서 기업을 세운다는 건 불가능하죠.”

17일 일본 미야자키현 미야코노조시에서 만난 주식회사 잇신(一眞)의 하시구치 신고(橋口眞吾) 대표는 지역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등을 손질, 포장해 판매하는 육가공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회사 공장에 들어서자 위생복을 입은 직원들이 기계에서 썰려 나온 고기를 일회용 용기에 담아 능숙한 솜씨로 포장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든 1만∼2만 엔(약 10만∼20만 원) 상당의 소고기 돼지고기 세트는 일본 전역에 택배로 배달된다.

이 회사의 연간 10억 엔(약 97억 원)의 매출액 중 80%는 ‘후루사토 납세’라고 하는 고향 기부금에 대한 답례품 납품에서 나온다. 2017년 창업한 하시구치 대표는 “미야코노조의 육가공 업체 절반 이상은 고향 기부금으로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답례품 납품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인구 16만 명의 소도시인 이곳에서 고향 기부금은 지역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 고향 기부금, 지역 업체 매출-일자리 창출
일본 규슈 남부의 소도시 미야코노조시는 지난해 146억 엔(약 1424억 원)의 고향 기부금을 거둬들였다. 일본 전국 기초지자체 1718곳 중 두 번째로 많은 규모였다. 지난해 이곳 전체 예산 1253억 엔의 11.7%가 기부금에서 나왔다. 미야코노조시가 시민들에게 걷은 시세(市稅)는 192억 엔. 시민에게 걷은 세금의 3분의 2를 외지인에게서 기부받아 시 살림에 썼다는 의미다.

미야코노조시 같은 소규모 지자체에 고향 기부금은 시 살림뿐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고향 기부금 기부자에게 기부금의 30%까지 답례품으로 지급한다. 답례품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지역 특산품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부금의 30%가 답례품을 생산하는 지역 내 업체에 돌아간다는 뜻이다.

고향 기부금은 기부자의 연고와 상관없이 어디에든 자유롭게 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좋은 답례품을 선물하는 지역에 기부금이 몰리는 구조라 각 지자체는 지역 업체들과 손을 잡고 답례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일본에서 고급 소고기로 꼽히는 ‘미야자키 우(牛)’의 대표 산지 미야코노조시는 답례품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는 지역 내 137개 업체를 협력업체로 지정해 매달 업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한다.

노미야마 슈이치 미야코노조시 후루사토산업진흥국 부과장은 “열심히 하면 기부금이 늘어나 시와 지역 내 기업이 골고루 나눠 갖는 구조”라며 “특산품을 홍보해 지역 사업자 및 농가의 판로 개척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지역 내 특산품 업체들의 매출 향상은 자연스럽게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 2017년 창업한 잇신의 경우 지역 내에서 직원 43명을 고용하고 있다. 직원들은 매달 평균 20만 엔의 월급과 별도의 보너스를 받는다.

일본 사업구상대학원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향 기부금에 대한 답례품 매출의 최대 70%가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득으로 지역에 환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육아센터 등 공공시설 건립에도 활용
고향 기부금이 지역 재정에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면서 일본 지자체들은 중앙 정부에서 나오는 빠듯한 교부금만으로는 어려운 다양한 공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미야코노조시 중심지에 들어선 지역민 커뮤니티공간인 ‘마루마루’가 대표적이다. 지역경제 쇠퇴로 2011년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서 폐허로 변한 공간을 시와 지역 상공회의소가 함께 매입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2018년 문을 열었다. 미야코노조시 측은 “일반 시 재정과 함께 고향 기부금으로 받은 돈을 투입해 리모델링 등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마루마루’에는 육아활동 지원센터, 도서관, 보건소, 공부방, 호텔, 식당, 커피숍, 광장 등이 한데 모여 있다. 기자가 방문한 육아센터는 서울, 도쿄 등 대도시의 유료 키즈카페에 뒤지지 않을 수준의 깔끔한 시설에 다양한 장난감이 구비돼 있었다. 도서관 역시 고급 대형 서점을 방불케 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많은 장서를 갖췄다.

육아센터에서 만난 주부 이와카와 씨는 “지난해 낳은 한 살 아들과 함께 매주 한 번씩은 찾는다. 지방에 이 정도의 최신식 시설과 친절한 선생님이 있는 무료 육아 시설이 있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보육 교사로 활동하는 고다마 씨는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현청 소재 도시에서 일부러 찾아오기도 할 정도로 지역의 육아 거점이 됐다”고 말했다.

고향 기부금은 폭우 등 자연 재해가 발생할 때 수해 지역에 도움을 주는 지원금 역할도 한다. 고향 기부금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일본 트러스트뱅크는 이달 10일 최근 ‘고향 초이스 재해지원’이라는 별도의 웹페이지를 열었다. 이를 통해 일본 지자체 30곳에 기부할 수 있도록 연결해 일주일 만에 4189만 엔(약 4억 원)을 모금했다.




미야코노조=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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