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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다양한 그러나 공존하는 세상

입력 2022-07-06 03:00업데이트 2022-07-06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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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포도뮤지엄 두번째 기획전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열려
얼룩진 광대 마네킹 전시 등 새 삶 개척하는 존재에 주목
각기 다른 포즈로 쉬고 있는 광대 마네킹 27개로 구성된 우고 론디노네의 ‘고독한 단어들’. 화려한 옷차림, 화장과는 달리 지쳐 보이는 이들 모습은 애잔함을 자아낸다. 포도뮤지엄 제공
지난해 4월 개관한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이 5일부터 두 번째 기획전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열었다. ‘디아스포라와 세상의 모든 마이너리티’를 주제로 했다.

대표작은 전시회 제목과 같은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최수진 작가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상영되면서 그룹 나이트오프가 작사 작곡한 동명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낯선 존재에 긴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김희영 포도뮤지엄 총괄디렉터를 포함한 포도뮤지엄 기획팀이 함께 기획했다.

포도뮤지엄은 ‘테마공간’이라는 기획 공간을 운영한다. 이번 기획전에서도 작가 이배경, 리나 칼라트,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 강동주, 정연두, 요코 오노,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 10점과 함께 테마 공간 5개가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4일 미술관에서 만난 김희영 총괄디렉터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테마공간을 만들었다”며 “이번 기획전은 다양한 이유로 자신에게 주어진 영토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존재들을 주목하고 이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을 제안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첫 번째 테마공간에 놓인 영상물 ‘이동하는 사람들’(2022년)에선 장막 저편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뮤지엄 기획팀이 출신 국가와 인종은 다르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30여 명과 함께 만들었다. 그림자만 보여 다름이 아닌 닮음을 찾아낼 수 있다.

알프레도&이자벨 아퀼리잔의 설치작품 ‘주소’(2008년)는 택배상자 140개를 쌓아 올린 설치작품이다. 필리핀에서 호주로 이주한 부부 작가의 경험이 담겼다.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이 해외로 떠날 때 부친 생활용품과 고향에서 보낸 물건이 상자에 담겼다. 정연두 작가의 ‘사진 신부’(2022년)는 20세기 초 미국 하와이에 노동이민을 간 남성과 사진만 교환한 뒤 결혼한 조선 여성들이 사탕수수밭에서 고되게 일한 역사에 착안해 만들었다. 이들 여성은 ‘사진 신부’로 불렸다. 작가는 제주도에서 직접 사탕수수를 키운 과정과 당시 사진 신부 또래였을 제주의 학생들과 진행한 워크숍 등을 영상에 담았다.

하이라이트는 동선의 마지막인 2층에 있다.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설치작품 ‘고독한 단어들’(2016년)이다. 탁 트인 전시장에는 제각기 다른 포즈로 쉬고 있는 광대 마네킹 27개가 등장한다. 옷차림은 경쾌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처가 나 있고 얼룩진 마스크를 쓴 이들은 지쳐 있다. 그 묘한 풍경 속에서 자신과 닮은 광대를 찾는 것이 작품의 묘미다. 내년 7월 3일까지. 4000원∼1만 원.


제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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