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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정은]의전 실수 논란

입력 2022-07-02 03:00업데이트 2022-07-1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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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나토(NATO) 정상회의 참석 기간에 불거진 외교 결례와 의전 실수 논란이 시끄럽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눈길을 마주치지 못한 채 이른바 ‘노룩 악수’를 당했다. 나토 공식 홈페이지에는 윤 대통령이 눈을 감은 사진이 게재됐고, 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은 30분 지연되다가 결국 당일 열리지 못했다. 만찬장 입장 시 윤 대통령 부부는 남성의 오른쪽에 여성이 선 다른 정상 부부들과 정반대로 섰다. “의전팀은 뭐 하고 있느냐”는 말이 나왔다.

▷아무리 작은 행사도 단체사진을 올릴 때는 참석자들의 표정을 꼼꼼히 살펴서 가장 좋은 한 장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주요 국제회의의 공식 웹사이트에 한국 정상만 눈을 감은 사진이 올라가 국내 언론까지 퍼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노룩 악수’의 경우 원인 제공은 바이든 대통령이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인사를 건네는 식으로 매끄럽게 대응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의견도 나온다. SNS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의전 실수 모음’ 콘텐츠가 돌아다닌다. 누리꾼들은 “중세시대 기사가 왼쪽에 칼을 차고 여성은 오른쪽에 서는 유럽의 에티켓을 몰랐느냐”며 윤 대통령 내외의 위치 같은 미세한 부분까지 문제 삼고 있다.

▷대통령실은 “작은 행정상의 미스”라고 했다. ‘찰나의 사진’으로 전체를 판단하지 말라고도 했다. 다소 억울하다는 뉘앙스다. 회의 일정이 밀린 것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라는 역사적 결정을 확정짓는 협상이 길어진 탓이니 의전팀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온정적인 의견도 있다. 하지만 야당은 윤 대통령의 귀국 비행기가 땅에 닿기도 전부터 “의전 실패”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행사보다 못한 의전”이라는 혹평까지 나왔다.

▷외교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예상치 못한 의전 실수와 결례를 완전히 피해가기는 어렵다. 국기를 거꾸로 걸거나 브로슈어 자료를 잘못 표기한 사례들은 해외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튀르키예(터키)는 EU 정상회담에서 여성인 EU집행위원장의 좌석을 따로 마련하지 않아 성차별 논란까지 불렀다. 유독 의전이 까다로운 영국 왕실에서는 해외 정상들의 결례와 실수가 속출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몇 년간 어이없는 의전 실수가 이어지면서 외교부가 감사까지 받았다.

▷그러나 대통령이나 총리가 움직이는 외교 무대는 수많은 변수가 실시간 작용하는 예측 불가능한 전장이다. 돌발 상황까지 감안해 대응을 준비해야 하는 게 외교 현장이다. 의전 논란 때문에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 성과에 결과적으로 흠집이 나는 모양새가 됐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외교 행사의 꽃’이라는 의전을 얼마나 치밀하고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지 새삼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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