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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서방제재 폭탄에… 러 104년만에 디폴트, 1억달러 이자 못갚아

입력 2022-06-28 03:00업데이트 2022-06-28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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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자산 동결 따른 강제 디폴트… 러 “외화 충분한데도 디폴트” 맹비난
공식 디폴트 선언은 당분간 없을 듯… 전문가 “국제경제 영향 크지 않을 것”
美 “러 경제, 내년 최고 15% 감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제재 폭탄을 맞은 러시아가 결국 104년 만에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26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날 외화 표시 국채 이자 약 1억 달러(약 1300억 원)를 투자자들에게 지급하지 못했다. 이 국채 이자의 지급일은 원래 지난달 27일이었지만 이후 30일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이날 디폴트 상태가 됐다.

러시아가 외화 표시 채권에 디폴트를 맞은 것은 1918년 볼셰비키 혁명 당시 채무 변제를 거부한 후 104년 만이다. 현대에 와서는 1998년 루블화 국채의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하며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적이 있다.
○ 러, 서방 제재로 이자 못 갚아
러시아의 이번 디폴트는 서방의 제재에 따른 사실상의 ‘강제 디폴트’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사례들과 다르다. 미국은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러시아 재무부, 중앙은행과의 금융 거래를 금지하는 한편 러시아가 해외에 보유한 달러화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에 나섰다. 그러면서 채권자들이 러시아로부터 원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5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러시아의 외화 자산을 채무 상환용으로 쓸 수 있게 허용했다. 그러나 이 유예 기간이 끝나면서 러시아는 국채 이자를 지급할 방법이 사라졌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국채 이자를 지급할 외화가 충분한데도 제재 때문에 인위적인 디폴트를 맞게 됐다”고 서방을 맹비난해 왔다. 외화가 바닥나고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하면서 생기는 일반적인 디폴트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러시아가 이날 이자 지급에 실패했지만 공식적인 디폴트 선언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관례상 신용평가회사가 디폴트 여부를 판정해야 하지만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국채의 신용도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 “이 상황을 디폴트라고 부를 근거가 없다. 디폴트 관련 주장은 완전히 잘못됐다”며 “우리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5월 만기 채권 이자를 국제예탁결제회사에 지급했는데 서방의 제재로 개별 투자자에게 이자가 입금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 美 “러 경제 내년 8∼15% 감소”
이번 디폴트는 국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러시아가 이미 제재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철저히 고립돼 있는 데다, 러시아의 외화 자산이 해외 각지에 동결돼 있을 뿐 제재만 풀리면 이자 상환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의 외화 부채는 400억 달러다. 이 중 외국인이 갖고 있는 채권은 절반인 200억 달러 안팎이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이보다 훨씬 많은 6400억 달러다.

AP통신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디폴트가 1998년 모라토리엄 당시의 충격을 몰고 오진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러시아의 디폴트는 미국 유명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으로 이어지며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서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물론 러시아의 이번 디폴트는 미국 주도의 제재가 러시아를 고립으로 몰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서방의 제재로 어려움에 처한 러시아 경제를 더욱 위기로 내몰 것으로도 전망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CNN 방송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경제 규모가 내년에 8∼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인위적으로 루블화 가치를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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