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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출생신고는 ‘존엄한 존재’의 첫 출발점… 모두의 의무”

입력 2022-06-17 03:00업데이트 2022-06-1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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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없는 아이들’ 펴낸 변호사 2인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서 활동
“출생신고 의무, 부모로 한정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이 첫 과제”
서울 중구에 있는 법률사무소에서 13일 김희진 변호사(왼쪽)와 강정은 변호사가 신간 ‘생일 없는 아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태어났지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살아온 A 씨(23) 등 세 자매가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유치원은 물론이고 초중고교까지 정규교육을 일절 받지 못했다. 건강보험증이 없어 아파도 병원 진료조차 받지 못했다. 친모는 “출생신고 절차가 복잡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홈스쿨링으로 교육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불과 6개월 전 일이에요.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출생신고를 선택이라 여기고 있어요.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건 아동학대입니다. 아이가 누려야 할 모든 권리를 앗아가니까요.”(김희진 변호사·35)

김 변호사와 강정은 변호사(39) 등 변호사 5명이 최근 신간 ‘생일 없는 아이들’(틈새의시간)을 펴냈다. 서울 중구 법률사무소에서 13일 만난 김 변호사와 강 변호사는 “출생신고는 아이가 존엄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아동의 출생신고를 보장하기 위해 2015년 출범한 시민단체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에서 활동 중이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거나 미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경우, 내연 관계에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 단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가 최소 8000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김 변호사는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로 한정한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올 4월 법무부는 의료기관에 아동의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할 의무를 부여한 출생통보제를 담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병원은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지자체는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이에 대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의료계는 행정 의무를 민간에 떠넘긴다며 반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 출생신고는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의무”라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검사나 지자체장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2016년 가족관계등록법이 개정됐지만 지난해 10월까지 지자체장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한 사례는 10건에 그쳤다. 강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아이를 유기한 부모를 영아 유기죄로 수사하면서도 정작 아이가 신고됐는지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사기관, 교육기관, 병원뿐 아니라 이웃까지 모두가 아이를 지킬 책무가 있어요. 여러분 곁에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은 아이가 있다면 가까운 지자체에 알려주세요. 법률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강 변호사)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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