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이 효율적으로 쓰여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투입 규모만 놓고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인수위가 공언해온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 보상, 기초연금·병사월급 인상 등의 지출은 대선 때 내놨던 선심공약 이행에 드는 돈이다. 경제체질 개선이나 성장잠재력 제고와 거리가 멀다. 당장 자영업자 지원에 필요한 30조 원대 추경 재원 마련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초연금·병사월급 인상에는 또 매년 수조 원의 돈이 든다. 상속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깎아준다면서 연평균 41조8000억 원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인수위 초기 윤 당선인은 국정과제 선정과 관련해 “작지만 실현 가능한 과제부터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30대 과제 등을 설정한 뒤 집중해 약속을 지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각각 내놨던 193개, 140개 과제와 별반 차이 없는 과제를 제시했다. 역대 정부의 나열식 국정과제는 말잔치로 끝나거나, 정책의 유연성과 변화가 필요할 때 정부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많았다. 현 정부는 임기 초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도입 등 과제를 밀어붙였다가 성장률 저하와 일자리 감소, 자영업자들의 부담 가중 등 심한 부작용을 초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