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일부 대사 삭제…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15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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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포스터 © 뉴스1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포스터 © 뉴스1
중국 당국이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최신작에서 등장인물의 동성애 관계를 묘사한 6초 분량 대사를 삭제했다. 방송 영화 게임 등에서 냥파오(娘炮·여성스러운 남자)와 동성애 등을 철저히 배격하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후속 움직임으로 보인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 워너브러더스는 “중국 당국 요청에 따라 신비한 동물사전 3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에서 일부 대사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잘린 대사는 마법학교 호그와트 교수 덤블도어가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가 과거 사랑하던 사이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영화 ‘해리 포터’의 프리퀄 시리즈다. 앞서 영화 원작자 J. K. 롤링은 2007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출간 팬 행사에서 덤블도어는 동성애 캐릭터라고 밝혔다.

워너브러더스는 이날 성명에서 “중국 당국의 편집 요청을 이 지역 요건에 맞추기 위해 수용했다”면서도 “이 영화 정신은 훼손되지 않았다. 사소한 편집과 상관없이 중국 관객이 영화를 즐길 기회를 얻는 것이 우리에게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영화 전문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중국을 달래기 위해 워너브러더스가 일부 대사를 없앴고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과거 묘사가 검열됐다”며 “삭제된 대사는 극의 캐릭터를 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지난해 9월 방송·연예계 관련 공지문에서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결연히 근절한다”면서 “냥파오와 동성애 소재 등을 철저히 배격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중국 일부 매체는 “냥파오 문화 확산은 중국 남성을 나약하게 만들려는 서구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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