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부동산정책 키워드는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

  • 주간동아
  • 입력 2022년 3월 12일 1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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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필요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쉽지 않을수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뉴시스]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대표적 과제는 부동산 문제 해결이다. 부동산 민심은 정권교체로 이어질 정도로 매서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서울 30평형대 아파트 평균 가격은 6억2000만 원에서 11억9000만 원으로 93% 급등했다. 서울 전체 아파트 값 상승률도 79%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는 2배 가까이 뛴 집값을 잡을 복안이 있을까. 윤 당선인의 부동산정책을 공급, 재건축·재개발, 세제(稅制), 금융, 전월세 대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시장 상황을 전망해봤다.
성난 부동산 민심이 정권교체 동력
이번 정권교체 원동력은 역시 부동산 민심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일요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3명을 대상으로 2월 28일~3월 1일 실시한 ‘차기 대통령 최우선 정책 과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2.6%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꼽았다. ‘코로나19 피해 지원’(18.3%), ‘현 정부 적폐 수사 및 처벌’(15.4%)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2월 25~2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응답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중 부동산정책에 가장 낮은 지지율(12%)을 나타냈다. 정권교체를 이룬 윤 당선인이 이전 정부와 차별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부동산 문제인 것이다.
주택 250만 호 공급
윤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부동산정책의 핵심은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250만 호 이상 공급’이다(표 참조). 공약한 250만 호 중 서울 50만 호를 비롯해 수도권에 130만~150만 호를 공급하는 것이 뼈대다. 대규모 공급에 방점이 찍힌 정책인 셈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 윤 당선인 측은 “새 정부는 확고한 주택공급정책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고 국민의 주거 수준을 향상할 것”이라며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공급에 주력하되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공공택지개발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택지 공급 방식별로 살펴보면 각각 △재건축· 재개발 47만 호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 호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 호 △소규모 정비사업 10만 호 △공공택지 142만 호 △서울 상생주택, 매입약정 민간개발 13만 호다. 주택 공급 방식을 따져보면 각각 공공 50만 호, 민간 200만 호다. 윤 당선인의 대규모 주택 공급이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하는 식의 전례 없는 수준은 아니다. 역대 정부도 연간 30만~50만 호, 임기 동안 약 150만~250만 호 주택을 공급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연평균 주택 공급 물량은 약 54만6000호였다. 이전 정부의 경우 각각 박근혜 정부 45만 호, 이명박 정부 35만7000호, 노무현 정부 36만3000호였다. 주택 공급량이 많았음에도 집값이 폭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정부가 주택 공급 물량을 늘렸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착시 효과가 있다”며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많은 이가 선호하는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의 실질적 공급은 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윤 당선인의 대규모 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전공 교수는 “1기 신도시 완성도 10년가량 걸렸기에 윤 당선인의 수백만 호 주택 공급은 현실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며 “다만 (윤 당선인이) 민간 주도 개발을 공약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만큼 주택 공급 성과는 앞으로 지켜볼 문제”라고 평가했다.

윤 당선인이 제시한 부동산정책의 또 다른 핵심 기조는 ‘규제 완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전 정부보다 주택 공급량 자체는 많았음에도 집값이 폭등한 이유를 지나친 규제로 판단한 것이다.
재초환 등 재건축 규제 완화
지난해 12월 윤석열 당선인(왼쪽에서 두 번째)이 대선 후보 시절 서울 강북지역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현장 브리핑을 듣고 있다. [동아DB]
지난해 12월 윤석열 당선인(왼쪽에서 두 번째)이 대선 후보 시절 서울 강북지역 재건축 정비구역을 찾아 현장 브리핑을 듣고 있다. [동아DB]
윤 당선인의 공약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다. 당장 도마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규제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꼽힌다.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된 재초환은 재건축 조합원 인당 평균 3000만 원 이상 개발 이익을 얻으면 그중 최대 50%를 국가가 환수하는 제도다. 이명박 정부 시절 폐지하려 했으나 당시 야권의 반대로 2012년부터 5년 동안 적용을 유예하는 것에 그쳤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초환이 부활하면서 재건축 단지가 많은 서울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사실상 재건축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재초환 완화를 공약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준공된 지 30년 이상 돼 재건축 연한 기준을 충족한 노후 공동주택의 정밀안전진단 면제도 추진할 전망이다. 그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안전관리원이 실시하는 2차 안전진단에서 여러 노후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 진행이 가로막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구조안전성 비율이 50%로 높아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신속 통합 인허가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 제정 등이 추진될 경우 그간 정체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훈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재건축·재개발의 핵심 규제는 국회 입법 사안이라 정부가 방침을 정해도 더불어민주당 동의가 없으면 완화하기가 쉽지 않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초환이나 재건축·재개발과 관련한 대표적 규제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은 국회에서 개정·폐지를 결정하는 사안”이라며 “윤 당선인의 정책 방향과 별개로 여야 합의 없이 당장 큰 폭의 규제 완화 등 변화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 중에서는 세제 문제도 적잖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 동안 세수가 3.6배 늘어난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대표적이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 급등을 왜 국민이 부담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높았다. 투기를 억제한다는 취지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을 높였지만 오히려 ‘똘똘한 집 한 채’로 자본이 유입돼 집값이 폭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당선인은 이중 과세 논란을 부른 종부세와 재산세를 통합하고 부동산 관련 세금 과세 지표인 부동산 공시가격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할 방침이다. 현재 1~3%인 1주택자의 부동산 취득세율도 단일화 혹은 단순화하겠다고도 공약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는 2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은 이 같은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을 주도할 ‘부동산 세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내 집 마련을 위한 돈줄 규제도 풀겠다고 공약했다. 전국 어느 곳에 주택을 매수하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70%로 단일화하는 것이 뼈대다. 생애 최초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청년·신혼부부에 대해선 LTV 상한을 80%로 올릴 방침이다. 다주택자의 경우에는 LTV를 30~40% 수준에서 차등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TV 규제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주택 수요가 몰리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9억 원 이하 주택은 40%, 9억 원 초과는 20% 수준이다. 그 외에도 신혼부부에게 4억 원 한도에서 3년 동안(자녀 출산 시 5년),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경우 3억 원 한도에서 3년 동안 저금리로 내 집 마련 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안도 공약했다.
LTV 상향으로 돈줄 규제 풀 듯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세입자 보호 정책인 임대차 3법(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의 운명에도 이목이 쏠린다. 임대차 3법은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와 달리 전셋집 물량 감소 등 임대난을 가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계약갱신청구권제를 행사한 세입자가 당장 2년 주거 기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은 순기능이다. 다만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다른 전세 수요자가 월셋집으로 떠밀리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윤 당선인은 임대차 3법의 맹점과 부작용을 파악해 주거 안정에 방해되는 요소를 철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김학렬 소장은 “당장 양도세만 낮춰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시장에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 시장의 동맥경화 현상도 윤 당선인이 공약한 임대차 3법 전면 개정으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경민 교수는 “그간 부동산 시장에 쌓인 버블이 해소될 가능성이 적잖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한국 정부의 정책과 별개로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유동성과의 게임이 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서울 아파트 가격은 13~17%가량 떨어져 2020년 초반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정이자율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등 사회적 약자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경제정책추진본부 위원장을 지낸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정책 중에서도 주택 공급에 가장 먼저 착수해 국민을 안심시켜야 하고, 대출 규제 완화 등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부터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해선 “단기적으로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부동산 관련 호재가 터져 나와 시장이 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면서도 “향후 10년 동안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집값이 오르며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30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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