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베스터 데이’서 자취 감춘 ‘수소’…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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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행사땐 판매목표까지 제시
전지 원가절감 논란속 배경 촉각…일각 “수소사업 재검토” 분석도
車업계 “수소전지 단가 낮출때까지 당분간 경쟁력 갖춘 전기차 전면에”

현대자동차가 최근 진행한 ‘CEO(최고경영자) 인베스터 데이’에서 수소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발 중인 차세대 수소연료 전지의 원가 절감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대차가 수소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2일 진행된 ‘CEO 인베스터 데이’ 당시 수소 사업과 수소연료전기차와 관련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앞선 인베스터 데이에는 수소 관련 사업 계획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2019년 12월 2025년까지 ‘수소차 11만 대 판매’를 내걸었고, 2020년 12월에는 수소를 활용한 연료전지 시스템 사업을 3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격상시켜 발표했다.

현대차는 올해 전기자동차를 전면에 내세우고자 의도적으로 수소 관련된 내용을 배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전기차 생산 목표를 내놓고 있어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수소는 물론이고 신사업으로 분류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도 이번 투자자 설명회 때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수소차가 아예 배제된 것이 해당 사업에 대한 현대차 내부 평가가 달라졌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수소 모빌리티 기술 목표를 소개한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현재보다 50% 저렴한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원가 절감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개발(R&D)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목표만큼의 단가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돼 수소 사업 로드맵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서도 수소차의 사업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 혼다자동차는 지난해 수소차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자동차 CEO는 1월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소 연료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혼다에 앞서 2020년 독일 아우디도 수소 승용차 개발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일본 도요타와 수소차 시장 1, 2위를 다투는 현대차가 사업을 포기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연구개발본부의 연료전지사업부를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와 수소연료전지사업부로 분리했다. 조직은 키우되 사업성을 더 엄격히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 단가를 낮추는 데 성공할 때까지 당분간은 경쟁력이 확보된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현대차#수소사업#수소연료 전지#인베스터 데이#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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