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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책의 향기]콘서트서 ‘떼창’하는 일본인은 왜 없을까

입력 2022-01-22 03:00업데이트 2022-01-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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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한민 지음/396쪽·1만8000원·부키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온라인 PC 게임 ‘스타크래프트’ 세계대회에서 한국을 따라올 나라는 없었다. 우승은 언제나 한국 선수의 몫. 배틀넷(온라인에서 함께 게임하는 공간)에서 수많은 사용자들이 실력을 겨뤘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등 요즘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게임들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속해 승부를 겨루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반면 일본에서는 1인 사용자가 게임의 이야기와 세계관을 즐기는 ‘콘솔 게임’을 더 선호한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처럼 CD를 본체에 넣고 게임하는 방식이다.

한국 음악 팬들의 ‘떼창’은 메탈리카, 에미넘 등 해외 유명 가수들이 감동할 만큼 정평이 나있다. 하지만 일본에는 떼창 문화가 없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로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양국 문화는 이처럼 다른 요소가 적지 않다.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일본 이누미야 요시유키 박사의 분석을 빌려 한국과 일본의 자기관(自己觀)이 다르다는 데 주목한다. 한국인의 경우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는 이른바 ‘주체성 자기관’을 갖고 있지만 일본인은 타인의 영향력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대상성 자기관’을 갖고 있다는 것. 경쟁에서의 승리가 타인에 끼치는 영향력 중 가장 강한 축에 속한다고 보면 MMORPG 게임이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가 이해된다.

한국의 전통탈춤이나 마당극에서는 무대와 관객 간의 소통이 경계를 뛰어넘어 빈번히 이뤄진다. 떼창도 가수와 관객이라는 선을 넘는 행위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한국인의 정(情)은 어찌 보면 내가 타인의 마음을 주관적으로 헤아려 베푸는 것이다. 반면 타인의 영향력을 수용하는 데 중점을 둔 일본 문화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선을 지킨다.

문화는 차이일 뿐 우열은 없다. 책 서문 제목이 ‘골든 크로스는 시작됐다’로 시작하지만 선을 ‘넘는’ 한국인이 선을 ‘긋는’ 일본인보다 우월하다는 식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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