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백록담 인기에 입장권 웃돈거래 성행… “예약시스템 개선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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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탐방예약제 시행 1년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에 하얀 눈, 상고대 등으로 덮인 장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설원으로 변모한 산 정상의 분화구는 다른 지역 산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탐방로의 구상나무 눈꽃, 오름(작은 화산체) 설경 등과 어울려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에 하얀 눈, 상고대 등으로 덮인 장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설원으로 변모한 산 정상의 분화구는 다른 지역 산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탐방로의 구상나무 눈꽃, 오름(작은 화산체) 설경 등과 어울려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6일 오전 11시 20분 한라산 백록담 동릉 정상. 분화구가 보이는 나무 계단에 서있기 힘들 정도로 살을 에는 강풍이 몰아치다가 구름 사이로 순백의 백록담 전경이 보였다. 화산 분화구에서만 볼 수 있는 장엄한 경관이 ‘신선들의 겨울 정원’처럼 펼쳐졌다. 바위와 목책에는 수증기 등이 얼어붙어서 생기는 상고대(일명 서리꽃)가 커지면서 물결 형상을 이뤘다. 영하의 기온에 강풍까지 불면서 잠시라도 장갑을 벗으면 손가락이 굳어버릴 정도로 추위가 매서웠다.

혹독한 추위에도 ‘한라산천연보호구역 白鹿潭(백록담)’이라 쓰인 표지석(石) 앞에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탐방객들이 60m 넘게 줄을 서 30분가량을 기다렸다. 표지석은 백록담 정상 탐방을 증명하는 최고의 인증샷 장소다. 반면 ‘한라산백록담’이라 쓰인 표지목(木)에는 촬영하는 탐방객이 드물어 대조를 이뤘다.

겨울철 산행은 전문 산악인이나 등산동호인 위주의 계절 이벤트였다. 그러나 2000년 이후 등산 문화가 확산되고 아이젠, 스패츠 등 장비가 대중화되면서 일반인도 쉽게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한라산은 백록담 분화구의 풍광을 비롯해 고산평원의 설원, 백록담 남쪽 화구벽의 웅장함, 숲을 이룬 구상나무의 눈꽃 행렬 등 다른 산에서 보기 힘든 장관을 간직하고 있어 겨울 산행지로 선호도가 높다. 관음사 탐방로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도중에 탐방객들은 상고대와 눈이 덮인 계곡, 분화구, 오름(작은 화산체) 등을 보고 “대박”, “너무 아름답다”, “멋지다”며 탄성을 쏟아냈다.

하지만 누구나 백록담 정상을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정상 보호를 위해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2020년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해 1월 4일부터 정상 탐방이 가능한 성판악과 관음사탐방로를 대상으로 탐방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루 탐방 가능 인원을 성판악탐방로 1000명, 관음사탐방로 500명으로 각각 제한한다.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탐방예약을 하고 QR코드를 받은 뒤 입산할 때 보여줘야 한다.

겨울 한라산의 인기를 반영하듯 이달 초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에서 탐방예약 QR코드 화면 등을 사고파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탐방이나 예약은 무료지만, 온라인에선 1만 원에서 5만 원까지 거래하고 있었다. 한라산국립공원 관계자는 “QR코드 거래를 하다 적발되면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탐방예약을 1년 동안 금지시킬 방침이다”며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탐방예약시스템을 개선하고 현장에서 신분 확인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탐방예약제 구간 탐방객은 성판악 23만8202명, 관음사 9만7842명 등 33만6044명이다. 탐방예약제 시행 이전인 2019년 성판악 31만1822명, 관음사 6만9612명 등 38만1434명에 비해 11.9%가 감소한 수치다.

제주지역 산악회 관계자는 “탐방예약 폭주로 산행을 희망하는 제주 도민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탐방예약제에 대한 효과 분석이 필요하다”며 “탐방예약이 힘들어지자 등산객이 다른 탐방로인 어리목, 영실 등으로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 혼잡이 빚어지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백록담#한라산 탐방예약제#입장권 웃돈거래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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