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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한국, 美에만 줄서는건 위험… 中 4억 중산층 시장 노려야”

입력 2022-01-04 03:00업데이트 2022-01-0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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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새해특집/글로벌 석학 인터뷰]〈3〉 류루이 中 런민대 응용경제학부 교수
중국의 거시경제 분야 석학인 류루이 런민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내수 강화 정책 및 기술 개발 수요, 4억 명에 달하는 중국 중산층 소득자 등 시장을 감안할 때 한중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한국은 미국만 따라갈 것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더 큰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노려야 한다. 특히 최소 4억 명에 달하는 (소비 능력 있는) 중국 중위(중산층) 소득자를 공략하라.” 중국의 경제 석학으로 당국의 거시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류루이(劉瑞·62) 런민대 응용경제학부 교수는 동아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과거 불투명했던 중국의 지식재산권 등이 투명하게 바뀌면서 중국 시장이 ‘무덤’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 됐다”며 더 많은 한국 기업이 기술 개발 등에서 중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당국이 그동안 기업들에 대해 강한 규제를 했던 점을 인정하면서 올해는 규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경제의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조 개혁 등이 필요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과 많은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다.》



류 교수는 올해 중국 경제의 모습을 ‘전저후고(前低後高)’로 전망하며 연평균 약 5.5%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세 등으로 상반기에는 경제 성장이 저조하겠지만 하반기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 등을 계기로 반등을 꾀할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 제재와 관세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내수 시장을 더 키울 것이 분명하므로 한국 역시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간 많은 한국 기업에 중국 시장은 일종의 ‘무덤’처럼 인식됐다.


“한국의 인구는 5000만 명이지만 중국은 14억 명이다. 한국의 기술력과 제품력은 뛰어나다. 이를 바탕으로 최소 4억 명에 달하는 중국 중위소득자, 즉 가구 소득이 연간 10만∼50만 위안(약 1875만∼9373만 원)인 계층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 시장만 해도 한국 전체 시장보다 8배 크다. 또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지식재산권과 경영지배권을 잘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과거 중국에서는 이런 보호 장치가 불투명했지만 시장 개방과 함께 투명하게 바뀌고 있다. 중국 시장은 ‘무덤’이 아니라 ‘기회의 땅’이며 그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중국에서도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 방역 전문가들은 5월이 지나면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을 벗어나는 순간 한국과 중국의 교류는 이전에 비해 상상도 할 수 없이 막대한 규모로 커질 가능성이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양국 경제 교류는 계속 늘었다.”

―대형 부동산회사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가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헝다 사태가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외부에서는 헝다그룹의 덩치가 크다는 점을 우려하지만 중국이란 거대한 체제 속에서 헝다는 작은 일부분이다. 헝다가 자체적으로 보유 자산을 매각해 일부 부채를 갚으면 이후 당국이 헝다를 몇 개 국영기업에 분할 매각하는 방식으로 충격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데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중국은 강력한 통제경제 사회다. 위기를 조절하는 것은 어느 나라보다 잘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4.8∼5.1%, 하반기에는 6%대 초반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 강력한 통제가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동의한다. 중국의 시장경제는 성숙 단계가 아니어서 ‘게임의 규칙’ 또한 확립되지 않았다. 인위적인 간섭이 많아 시장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선 기업들이 규제와 성장 촉진이라는 ‘주기적 리듬’을 반복하는 공산당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계에는 ‘공산당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대박 난다’는 말이 있다.”

―지난해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도 있었다.


“지난해 규제가 매우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중국 기술 기업이 지난 10여 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지만 그 과정에서 독과점 횡포를 부리는 등 ‘야만적 성장’을 보여준 데 대한 반작용이다. 지난해 시장을 집중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올해 IT 기업의 성장에 양호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더 질서 있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다.”

―지난해 시 주석이 ‘공동부유(共同富裕·다 함께 잘살자)’를 강조했다. 분배에 주력하다 보면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 있지 않나.

“공동부유는 공산당의 이상을 실현할 장기 목표일 뿐이다. 올해 목표는 ‘안정 속 성장’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면서 경제 성장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다소 빗나갔기에 더더욱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할 때다. 지금 현재 상태의 파이 크기로는 공동부유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공산당도 잘 알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쪽 편으로만 줄을 서는 최악의 선택을 하면 안 된다. 한국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위험한 생각이다. 안보든 경제든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 나라에만 의존하면 선택을 강요받을 공산이 크다. 안보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다자 구도의 틀을 통해 공동으로 보장받아야 한다. 경제 역시 더 다양한 국가와 교류 및 협력을 늘려야 한다. SK하이닉스가 장쑤성 우시(無錫) 공장에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들여오려다 미국의 제재로 무산된 사건은 미국의 규제로 한국 기업이 피해를 입은 대표적 사례다. 공산당과 당국 주요 관계자 또한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진 런민대 웹사이트

―미중 갈등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술이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총칼을 들이대는 군사적 대치 상황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기술 분야에서는 이미 총칼을 들이댄 상황에 버금간다. 미국은 기술을 앞세워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또한 시장을 닫고 자체 기술 개발에 나설 태세다.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늦출 수 있겠지만 시간이 걸릴 뿐 중국 또한 어떤 기술이든 개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가 점점 ‘닫힌 사회’로 향하고 모든 나라들이 각자 기술을 개발하면서 높은 생산 원가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은 대중국 기술 규제를 강화하면서 중국과 협력하는 나라에 대해서도 미국의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 시장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금지하는 기술을 중국에 사용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답은 미국 기술을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중국과 협력해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뿐 아니라 다양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두 나라가 협력해야 한다.”

―한국이 중국과 기술 협력을 강화하면 미국이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이다.

“물론 미국은 중국과 한국의 기술 협력을 방해하려 것이다. 한중이 미국의 기술을 우회해 미국을 초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 또한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는 ‘반인류적 사고’다. 기술은 모든 인류의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인류의 기술 개발을 막을 권리가 없다. 기술에는 국경이 없다. 기술의 발전은 전 인류가 함께 누려야 한다.”

―미중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까.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지도력 부재 때문에 2024년 미국 대선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출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사 그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최소 ‘트럼프주의’가 강력한 바람을 타고 복귀할 것으로 본다. 그러면 미중 대립이 더 격화할 것이다. 양국의 관계 회복 또한 요원해질 것으로 본다.”

―중국 경제의 과제는 무엇인가.

“당국은 눈에 쉽게 보이는 경제의 양적 성장에만 만족해서는 안 된다. 중국의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미국 경제를 질적으로 추월하는 것이다. 향후 5, 6년 안에 중국이 규모 면에서는 미국 경제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중국이 정말로 노력해야 할 것은 질적 추월이다. 중국이 미국 경제를 질적으로 넘어서려면 최소 20, 30년은 더 필요하다.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구조 개혁과 시스템 개혁 등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한국과 더 많은 협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류루이 교수는…
류루이 중국 런민대 응용경제학부 교수는 거시경제 분야의 권위자다. 1960년 쓰촨성 청두에서 태어나 런민대에서 계획통계 및 국민경제계획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고 한중 사회과학학회 부회장도 지낸 지한파 학자다. 중국의 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2010∼2015년) 초안 작업에 참여했고 중국 공산당의 각종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다. 기술 혁신을 통해 중국의 산업 구조를 자원 절감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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