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터 안쓰는 친환경 탄소농법이 기후위기 극복 대안농법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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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운 농법’ 전도사 전희수 씨

무경운 친환경 탄소농법을 적용해 재배한 고추.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은행 열매로 천연 농약을 만드는 모습과 고추를 수확하는 전희수 씨, 수확한 고추를 세척하고 건조하는 모습이다. 전희수 씨 제공
무경운 친환경 탄소농법을 적용해 재배한 고추.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은행 열매로 천연 농약을 만드는 모습과 고추를 수확하는 전희수 씨, 수확한 고추를 세척하고 건조하는 모습이다. 전희수 씨 제공
“후손들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무경운 친환경 탄소농법’은 이런 마음을 실천하고,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적극적인 대안농법입니다.”

2012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기농업군(郡)을 선포한 충북 괴산에 귀농한 지 11년째인 전희수 씨(55). 전 씨는 오랜 준비 끝에 올해부터 무경운(無耕耘) 농법으로 고추를 재배하면서 무경운 농법 전도사로 나섰다. 이 농법은 첫해만 트랙터를 이용해 밭갈기를 하는 ‘경운’을 한 뒤 이후에는 일절 경운을 하지 않는 재배법이다.

전 씨에 따르면 경운을 하면 땅속에 저장돼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무경운은 밭에 부엽토로 직접 배양한 미생물을 토양에 투입하는데, 이 미생물들이 ‘글로말린’이라는 끈적한 분비물을 토해 내면서 대기 중의 탄소를 접착시켜 땅속에 저장한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대기 중의 탄소를 땅속에 고정하는 것이 바로 무경운 친환경 탄소농법이다.

인하대 학생회장 출신인 전 씨는 2010년 괴산에 조성된 국내 첫 대학동문 정착촌인 미루마을에 귀농했다. 전업농을 꿈꾸던 그와 달리 정착민 대부분은 서울을 오가는 ‘세컨드 하우스’의 개념으로 살았다. ‘천생 농사꾼’이 되는 꿈을 실현하고 싶었던 전 씨는 얼마 뒤 지금의 감물면 안민동으로 옮겨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전 씨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미래로부터 잠시 빌려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농법과 좋은 마음으로 최고의 농산물을 생산하자고 마음먹고 유기농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역 특산물인 대학찰옥수수와 배추, 고추 등을 키우던 그는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이 많은 고추를 완전한 유기농법으로 키우기로 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해외 선진 사례와 관련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등을 찾아보고, 국내 친환경 유기농업인들의 모임인 ‘자닮’ 사이트를 통해 천연농약을 만드는 법도 배웠다. “고추는 탄저병 등의 병충해로 농약 사용이 많은 작물입니다. 저는 이를 극복해 보기로 했습니다.” 전 씨는 경운하지 않기, 화학 농약과 비료 안 쓰기, 제초매트 사용 등의 원칙을 고추 농사에 적용하기로 했다.

가장 큰 난관인 화학비료와 농약 안 쓰기는 은행 삶은 열매와 유황, 식용유로 만든 오일 등으로 천연농약을 만들어 극복했다. 은행나무 잎과 열매에 함유된 ‘빌로볼(bilobol)’과 ‘은행산(ginkgoic acid)’ 성분은 살충 살균 효과가 뛰어난데 이를 활용한 것이다. 비료는 직접 읍내 생선가게를 다니며 모은 부산물에다 각종 산야초를 섞어 만든 천연 액비로 사용했다. 수명이 5년 정도 유지되는 제초매트는 비닐을 걷어내고 다시 덮는 수고를 덜어 인건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무경운 첫해지만 성공적이었다. 평당 고추 수확량이 기존 농법보다 30∼40% 정도 늘었다. 고추 수확도 5번이나 할 수 있었다. 그는 수확한 고추에 마을 이름을 활용한 ‘안민농 무경초’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했다. 전 씨는 “무경운 농법을 알고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 생산량을 모두 ‘완판’했다”며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경쟁력과 안정적인 판로까지 확보하자 이를 배우려는 농부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괴산에서 열리는 ‘2022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에서도 무경운 농법이 알려질 예정이다. 지구촌 최대 유기농 축제인 괴산유기농엑스포는 내년 9월 30일부터 10월 16일까지 열린다. 괴산엑스포 조직위 반주현 사무총장은 “무경운 농법은 ‘유기농이 여는 건강한 세상’을 주제로 열리는 엑스포와 딱 맞아떨어지는 농법”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무경운 친환경 탄소농법은 전 인류적 과제인 2050 탄소중립운동에 가장 부합하는 대안농법인 만큼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내년에는 배추 등 다른 작물에도 이 농법을 적용하고, 무경운 작목반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무경운 농법#전희수#친환경#탄소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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