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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정 줄 곳 없는 20대 유권자[동아광장/한규섭]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입력 2021-11-30 03:00업데이트 2021-11-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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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번 대선에서 20대 유권자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예전과 달리 20대가 30, 40대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올 1월 이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지지율 조사 전수를 취합해 소위 ‘하우스 효과(House Effect)’라 불리는 개별 조사기관의 고유한 경향성을 보정한 지지율을 추정하고 있다. 그중 후보별 20대 지지율을 추정해 봤다. 20대 지지율은 조사 간 차이가 특히 커서 개별 여론조사로는 여론 파악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지난주 윤석열 이재명 두 유력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각각 32.2%와 22.0%로 윤 후보가 10%포인트가량 앞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20대의 윤 후보 선호 동기는 ‘더 싫은 후보’를 피하기 위한 ‘네거티브 투표’로 보인다.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2월 4주 차부터 ‘1차 상승기’를 맞았고 같은 시기 이 후보는 하락세가 뚜렷했다. 3월 2주 차부터는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이 이 후보에 앞서기 시작했다. 윤 후보가 검찰을 떠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민주당에 실망한 20대가 다수 생겨났으며 윤 후보에 대한 기대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20% 중반까지 올랐던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이 6월 4주 차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9월 1주 차에는 이 후보에게 재역전을 허용했다. 당시 윤 후보의 개인사를 둘러싼 논란으로 상당수 20대가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20대 사이에서 홍준표 후보의 인기가 높다는 다소 의외의 분석이 나온 것도 이 시기다.

하락세를 보이던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10월 1주 차 민주당 경선을 계기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애초부터 윤 후보에게 큰 기대가 없었거나 실망스러운 행보에 이탈했던 20대 상당수를 이 후보의 민주당 후보 확정이 재소환한 것이다. 즉 윤 후보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다기보다는 ‘화천대유’ 의혹 등으로 ‘이 후보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상승한 결과로 보인다.

정체 국면을 보이던 이 후보 지지율도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후 상승세를 보였다. 민주당 지지 성향 20대도 후보 확정 후 이 후보를 중심으로 결속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이 후보에 대한 호감보다는 민주당 후보에게 보내는 ‘전략적 지지’로 보인다. 이후 11월 1주 차 국민의힘 경선 후 불과 일주일 사이 윤 후보의 20대 지지율이 10%포인트 이상 급속히 상승했다. 이 역시나 반이재명 성향 20대가 윤 후보를 유일한 실질적 대안이라 판단하고 급속히 결속한 결과로 보인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현재로선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심상정 안철수 후보의 20대 지지율이 각각 9.8%와 8.3%로 전체 유권자 지지율 3.7%, 4.4%보다 2, 3배 정도 높다는 점이다. 두 후보의 지지율이 민주당 경선 직후인 10월 1주 차를 기점으로 일제히 상승하기 시작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민주당 경선 종료 직전인 9월 4주 차 심, 안 두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각각 3.1%와 3.9%에 불과했다. 다수의 20대 유권자가 윤, 이 두 유력 후보 모두를 불만스럽게 여기는 것이다.

대선을 100일 앞둔 시점에서 20대 유권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가혹하다. 일가족을 살해한 조카를 변호하며 ‘심신미약’을 주장한 후보와 아직도 배우자가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또 다른 유력 후보, 그리고 철저하게 진영논리에 갇혀 대립하는 30, 4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들. 이것이 그들이 마주해야 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구도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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