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최대 골칫거리 굴껍데기 ‘황금알 낳는 거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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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도시 미관 훼손하고 환경오염 유발
통영시, 자원화시설 만들기로 결정
2023년 배연탈황흡수제 시설 가동
환경문제 해결-일자리 창출 기대

경남 통영시 용남면 원평마을 2차선 도로변 양쪽에 굴 껍데기가 돌담처럼 가득 쌓여 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경남 통영시 용남면 원평마을 2차선 도로변 양쪽에 굴 껍데기가 돌담처럼 가득 쌓여 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16일 경남 통영시 용남면 원평마을 앞 2차선 도로. 3km에 이르는 도로 양쪽에 회색 굴 껍데기가 2m 안팎의 높이로 돌담처럼 쌓여 있었다. 이 마을의 공터 수십 곳에도 굴 껍데기가 무덤처럼 쌓여 있었다. 굴 양식업을 하는 A 씨는 “해마다 여름철이면 굴 껍데기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다. 굴 껍데기 주변에는 해충도 들끓어 근처에는 아예 못 간다”며 손사래를 쳤다.

바다가 코발트색 지중해와 비슷하다고 해서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 전국 굴 양식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최대 굴 산지다. 굴은 통영시를 먹여 살리는 효자 상품이지만, 굴 껍데기는 도시 미관을 훼손하고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굴 양식장에서 일하는 B 씨는 “11월부터 굴을 한창 생산하는 시기인데, 껍데기가 배출되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끼치는 피해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굴 껍데기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통영시와 한국남동발전, 굴수하식수산협동조합이 통영시 도산면에 굴 껍데기 자원화 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2023년 가동 목표인 이 시설은 배연탈황흡수제를 만드는 시설이다. 배연탈황흡수제는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또는 중유를 태울 때 나오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을 흡수 반응시켜 제거하는 물질이다. 굴 껍데기에 들어 있는 석회 성분이 배연탈황흡수제의 원료가 된다.

지난달 열린 용역 착수보고회에서 통영시와 통영시의회는 자원화 시설의 경제성을 어떻게 높이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지적하고, 연료비 절감과 채산성 악화 시 발생하는 추가 경비 등도 설계에 반영되도록 주문했다. 또 굴 껍데기를 보관하는 과정에서 나는 악취를 없애고 세척수가 바다로 배출돼 조개류가 폐사하지 않도록 하는 연구도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통영시 농업기술센터도 굴 껍데기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만 원을 들여 악취를 제거하는 미생물 분무 시설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살포 당시에만 일시적으로 악취가 줄고, 다시 부패하면 악취가 나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결과가 나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한 해 통영에서 굴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껍데기 규모는 13만 t. 이 가운데 11만 t 정도만 비료나 사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2만 t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최근에는 낮은 경제성에다 염분 성분이 포함돼 비료와 사료용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비료나 사료용 수요도 줄고 있다.

통영시는 결국 파쇄한 굴 껍데기를 바다에 버리는 사업을 2019년 11월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처리비가 t당 5만 원 이상으로 육지보다 2배 넘게 들고, 전용 부두나 집하장이 부족해 사업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통영에서만 누적된 굴 껍데기는 113개 마을에 10만7242t에 이르고, 처리 비용은 무려 173억 원으로 추산됐다.

통영시와 남동발전 관계자는 “굴 껍데기를 탈황흡수제로 자원화하는 사업이 성공하면 야적과 해양 투기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탈황흡수제 판매 수익과 설비 운영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통영#굴 껍데기#악취#배연탈황흡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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