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도+순항 하이브리드 미사일’…핵 기습공격력 더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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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매체 “28일 신형 화성-8형 발사”… 전술핵 장착땐 대남 핵위협 극대화
‘첫 테스트’ 강조… 추가 발사 나설듯


北, 대남 核기습용 ‘극초음속 미사일’ 쐈다
북한이 28일 자강도에서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발을 공언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이어 한미 미사일 요격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북한이 앞으로 미사일 능력을 완성한 뒤 전술핵을 장착해 실전 배치하면 대남 핵기습 위협의 차원이 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9일 “국방과학원이 28일 오전 자강도 룡림군 도양리에서 새로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첫 시험발사”라고 강조한 뒤 “처음으로 도입한 암플(앰풀·ampoule)화된 미사일 연료 계통과 발동기의 안정성을 확증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화성-8형의 외형은 중국의 극초음속 미사일인 둥펑(DF-17)과 매우 유사하다. 시험발사는 박정천 노동당 비서가 주관했고, 김 위원장은 참관하지 않았다. ‘첫 테스트’라는 점에서 조만간 추가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 대변인은 29일(현지 시간) “(북한의) 어떠한 새로운 능력에 대한 보도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지역과 국제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모든 불법적인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北 ‘탄도+순항 하이브리드 미사일’… 핵 기습공격력 더 커져
극초음속 화성-8형 발사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당 대회에서 개발을 공식화한 지 8개월여 만에 첫 시험발사로 실체를 드러낸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의 성능과 위협 수위가 주목된다. 군 안팎에선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에 이어 대남 전술핵 투발 수단의 고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탄도·순항미사일 장점 갖춰 미사일 방어망 돌파

북한이 29일 공개한 사진에는 화성-12형 중거리미사일 1단 추진체와 날개를 부착한 탄두부(2단)를 실은 2단 추진체 형태의 미사일이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날개 형태의 탄두부는 극초음속 활공체(HGV)의 전형적 특징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극초음속 활공형 탄두 기술 적용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HGV를 장착한 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합친 ‘하이브리드 미사일’로 볼 수 있다. 탄도미사일은 음속(시속 1224km)의 몇 배로 날아가지만 정해진 포물선 비행궤적을 그려 낙하지점 예측과 요격이 가능하다. 순항미사일은 음속 이하로 느린 대신 레이더 탐지 범위를 벗어난 저고도에서 수평비행을 하며 경로도 바꿀 수 있어 탐지 및 요격이 쉽지 않다. 앞서 북한이 이달 11, 12일에 발사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을 우리 군이 제대로 탐지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장점을 겸비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30∼70km 고도에서 분리된 탄두가 음속의 5배 이상으로 저고도에서 날개를 움직여 경로를 수시로 바꾸고 수평비행도 가능하다. 비행궤적과 낙하지점 예측이 힘들고, 요격 대응 시간도 짧아 핵을 실어 공격할 경우 상대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군 당국자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실전 배치되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패트리엇, 중장거리 요격무기 등 한미 미사일 방어망이 무력화되고 유사시 미 항모전단 등 증원전력 전개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화성-8형이 러시아와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국가가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서 분리된 탄두(HGB)가 음속의 8∼20배로 변칙 기동하면서 핵 타격이 가능하다. 반면 화성-8형의 비행속도는 음속의 3배 안팎이고, 사거리도 450여 km에 그친다. 군 당국은 “탐지된 속도 등 제원을 평가해볼 때 개발 초기 단계이고 실전 배치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현재의 한미 연합자산으로 탐지 및 요격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 성능 개량 및 시험발사를 거쳐 전술핵을 실어 전력화할 경우 심대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군 소식통은 “향후 사거리와 속도를 높인 추가 시험발사로 한반도 전역과 주일미군 기지에 대한 핵 타격 능력을 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액체연료 미사일도 신속 발사 기술 확보했나

북한이 ‘액체연료의 앰풀화’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앰풀화’는 러시아가 개발한 것으로 독성이 강한 액체연료를 부식방지 처리를 한 밀폐용기에 넣어 장기간 보관하다가 발사 직전 미사일에 장착하는 방식이다. 러시아의 앰풀화 기술을 북한이 확보했다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은 연료 주입을 위한 시간적 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기존 액체연료 미사일은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사전 징후가 위성에 노출되고, 발사 준비를 마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기존의 중장거리미사일도 앰풀화할 경우 사전 연료 주입 과정 없이도 고체연료 미사일처럼 상시 발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북한#대남 기습용#극초음속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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