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거리두기에 벼랑끝 내몰려”… 자영업자 5000여명 전국 차량 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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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보이콧’ 팻말 차량들
8개 도시서 한밤 길게 늘어서
경찰, 불법집회 간주 곳곳 통제

9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1인 차량 시위 참가자가 ‘벼랑 끝 자영업자 두려울 게 없다’라고 적힌 팻말을 차량 밖으로 
내밀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오후 11시부터 9일 새벽까지 연장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반발하는 1인 
차량시위를 개최했다. 뉴시스
9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1인 차량 시위 참가자가 ‘벼랑 끝 자영업자 두려울 게 없다’라고 적힌 팻말을 차량 밖으로 내밀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오후 11시부터 9일 새벽까지 연장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반발하는 1인 차량시위를 개최했다. 뉴시스
“자영업자는 국민이 아닙니까. 우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되면 저희는 정말 다 죽습니다.”

9일 0시 40분경 서울 영등포구 서울교 위 도로. 차량 보닛 위에 ‘이제는 거리 두기 보이콧’ ‘위드 코로나’ 등의 팻말을 붙인 차량 수백 대가 경적을 울리며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날 자영업자들의 1인 차량 시위는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주최했다. 김기홍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46만 명에 이른다. 빚만 66조 원이 넘는다. 자영업자가 빚을 감당하면서까지 코로나19 방역을 짊어질 이유가 없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6일부터 한 달간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연장되며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차를 몰고 거리로 나왔다.

비대위에 따르면 8일 오후 11시경부터 다음 날 오전 2시 50분경까지 전국 8개 도시에서 자영업자들의 1인 차량 시위가 이어졌다. 비대위는 5000여 명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수개월째 이어지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 때문에 더 이상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식당을 하는 김모 씨는 “지금 자영업자들은 정말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시간 제한이나 인력 제한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자영업자들에게도 살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상황에서는 1인 시위를 제외한 모든 집회가 금지돼 있다. 경찰은 다수의 자영업자들이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차량’을 이용해 시위하는 것을 ‘불법 집회’로 보고 도로 곳곳을 통제했다. 21개 부대를 동원해 서울 도심에 30여 개 검문소를 설치했다. 또 집결을 위해 서울시청, 광화문광장 등으로 이동하는 것을 ‘위험 초래 임박’ 상황이라고 간주하기도 했다.

서울의 시위 차량이 한데 모이기로 한 영등포구 일대에서는 경찰이 차량을 한 대씩 검문하며 “미신고 집회 해산을 바란다”고 일일이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여자 일부가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막는다”며 차량 밖으로 크게 소리치거나 경적을 여러 번 울리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7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자영업자 1인 차량 시위를 주최한 비대위의 김 대표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8일 검찰에 송치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사회적 거리두기#자영업자#차량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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