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선택 해군’ 어머니 “軍, 가해자 실명 없어 수사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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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9월 9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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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병들의 집단 따돌림을 폭로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해군 정 모 일병의 어머니는 9일 수사 당국에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정 일병의 어머니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군사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는 것 같느냐’는 물음에 “전혀 (아니다)”라며 “제가 알고 있는 사실을 통보하듯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일병의 어머니는 “제가 찾은 증거를 (군 관계자에게) 들이밀었을 때는 ‘(가해자의) 실명이 없습니다’(라고 했다)”며 “왕따라는 것은 집단이 하는 것이다. 집단이란 것은 특정인을 지정하면서 말할 수가 없다. 또 아이가 자기의 피해 사실을 말할 때 (듣는 사람이 가해자의) 이름을 모르기 때문에 (실명을 빼고) ‘엄마, 동기들이~’ ‘엄마, 선임들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망자가 없으니까 (아들의 주변인들에게) 들은 대로 (군 관계자에게) 이야기하면, 그걸 찾기보다는 ‘실명이 없습니다. 특정 인물이 없어서 안 됩니다’라고 이야기한다”며 “우리 아이 같은 경우에는 친구라든가 동기, 저에게 말했던 정황이 거의 일관성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 관계자가) 저한테 그랬다. ‘(진상 조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건) 부대적인 요인이 분명히 있다’고. 하지만 제가 봤을 땐 특정 인물이 책임져야 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 일병의 어머니는 가해자들이 ‘입 맞추기’를 시도했다는 말을 아들의 지인에게서 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학병 연수할 때 만났던 (아들의) 친구가 우리 아이와 같이 배에 탔던 동기에게 ‘얘가 말 안 한 게 더 있으면 해 달라’, ‘혹시나 억울하지 않냐’, ‘밝혀진 게 하나도 없으니까 부모님은 힘들어하신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3개 기수, 몇 기, 몇 기, 몇 기 선임들이 모여 앉아서 이런 상황이 되니까 분명히 우리한테 후폭풍이 온다. 조사가 들어오면 저 자식이 원래 정신병자여서 그랬다고 입을 맞추자’라는 걸 들었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정 일병의 어머니는 “그 진술을 제가 군 수사관에게 이야기했다. 3주 정도 지났을 때 제가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답답해서 전화를 드렸더니, 수사관이 ‘분명한 실명을 거론하지 않아서 수사되지 않고 있다’, 또는 ‘이미 제대한 친구들이 있다’(고 답했다)”고 비판했다.

해군 등에 따르면 정 일병은 지난해 11월 어학병으로 해군에 입대한 뒤 2월 해군 3함대 강감찬함에 배속됐다. 전입 열흘 뒤 정 일병은 사고를 당한 부친 간호를 위해 2주간 청원 휴가를 다녀왔고, 그때부터 선임병들의 가혹 행위가 시작됐다고 군인권센터는 설명했다.

정 일병은 3월 함장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로 선임병들의 폭언, 폭행을 신고하며 비밀 유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병사들에 대한 수사는 물론, 2차 피해 예방에 필수적인 분리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정 일병이 공황장애 증세를 보이자 함장은 4월 정 일병을 하선 시켜 민간병원 위탁 진료를 보냈다. 정 일병은 6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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