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자발찌 그놈, 지난해 법원의 경고 “재범 위험 높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0일 11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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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부착 5년에도 법무부 관리 소홀

CCTV에 찍힌 범인 여성을 살해한 뒤 27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 씨가 
28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 씨는 서울역까지 타고 왔던 렌터카를 버렸고, 휴대전화를 시내버스에 놓고 내리는 
수법으로 경찰의 위치 추적을 피했다. 채널A 제공
CCTV에 찍힌 범인 여성을 살해한 뒤 27일 오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 성범죄 전과자 강모 씨가 28일 오전 서울역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 씨는 서울역까지 타고 왔던 렌터카를 버렸고, 휴대전화를 시내버스에 놓고 내리는 수법으로 경찰의 위치 추적을 피했다. 채널A 제공
“강 씨는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저질러 그 습벽이 인정되며 재범 위험성이 있다.”

최근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뒤 자수한 강모 씨(56)에 대해 법원이 지난해 6월 5년 간의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내리며 이 같이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강 씨의 특수강간 등 2건의 성범죄 전과를 포함한 총 14건의 처벌 전력 등에 미뤄 볼 때 강 씨의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보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30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강 씨 전자발찌 부착명령 결정문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3부(부장판사 허준서)는 한국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척도(K-SORAS)에서 강 씨에게 총점 13점을 부여해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분류했다. 당시 강 씨는 2005년 9월 서울 마포구의 한 대학 인근 놀이터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차량 안에 가두고 강제로 추행한 범행 등으로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올해 5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K-SORAS는 성범죄자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 개발된 심리검사 척도다. 성범죄 횟수, 최초 경찰 입건 나이 등 15개 항목을 통해 0~29점 사이에서 점수를 매긴다. 지난해 조두순이 출소할 당시 그의 K-SORAS 점수가 17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 씨의 점수도 낮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강 씨는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평가에서는 총점 8점으로 ‘중간’ 수치를 보였다. 이를 종합한 강 씨의 재범 위험성은 ‘높음 또는 중간’으로 평가됐다.

재판부는 강 씨가 1997년, 2005년 각각 저지른 특수강간 등 성범죄에 대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의 차량 내에서 협박과 폭행을 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했고, 강도 범행과 함께 이뤄졌다”면서 “성폭력범죄의 여러 유형 중에서도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씨는 교정시설에 수감된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장기간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것 뿐이지, 강 씨에게 내재된 성폭력범죄의 습벽이나 재범의 위험성이 상당하다”며 “강 씨에 대해 5년간 전자발찌의 부착을 명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결정문에서 강 씨가 실형을 선고 받은 주요 범죄 전력을 나열하며 재범 위험성도 강조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강 씨는 17살 때인 1982년 특수절도죄로 처음 장기 징역 10월을 선고받은 이후 1986년 절도죄, 1989년 절도죄, 1992년 절도죄, 1997년 강도강간죄 등 수차례 범행을 이어오다 2006년 특수강제추행으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최근 여성 2명을 살해한 것을 제외하더라도 강 씨에게는 강도강간 등으로 총 14회 처벌 전력이 있으며 이 중 8회의 범행에 실형이 선고됐다.

일각에선 법무부가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경우처럼 강 씨를 1대1 전자감독 대상자로 지정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척도에서 13점을 받았다면 절대 안전한 수준이 아니라 ‘높음’으로 분류된다”며 “법원이 강 씨의 재범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으므로 법무부는 조두순이 출소했을 때처럼 강 씨를 1대1 전자감독 대상자로 지정해 촘촘히 감시했어야 했지만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강 씨와 같은 재범 위험이 있는 범죄자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승 연구위원은 “전자발찌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범죄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며 “강 씨와 같은 재범 위험이 명백하게 높은 범죄자의 경우에 대해 출소 이후에도 치료 등 목적으로 범죄자를 격리할 수 있는 보호수용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박상준 기자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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